비를 기다리는 마음

2008.09.27 14:12

이영숙 조회 수:56

나는 비를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나의 비를 정말 사랑합니다. 비가 오면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고 비가 들어오지 않을 창문은 열어둡니다. 비를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가 오는 소리를 더 자세히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비 오는 소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세상의 그 어느 소리보다 아름답습니다. 베토벤의 웅장한 9번 교향곡보다 슈베르트의 잔잔하고 부드러운 미완성보다 더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신이 만드신 모든 소리 중에서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가 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우울한 마음도 날아가고,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었던 분노도 눈같이 녹아납니다. 미워하던 마음도 없어지고,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 때는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습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났을 때는 비를 기다립니다. 우울할 때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 점의 구름에도 기대를 걸어봅니다. 마음이 많이 침체되었을 때는 비를 달라고 기도도 하여봅니다. 비가 오면 사면 벽이 유리로 되어있는 집에 들어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비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대로 머물러있고 싶은 마음이지요. 거기에 더하여 한잔의 짙은 향을 가진 따뜻한 커피가 곁들여진다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을 느끼겠지요. 캘리포니아는 겨울이 우기입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에서는 겨울이 좋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겨울은 비가 많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비를 기다립니다. 이제 머지않아 끝날 이 겨울이 결국 더 이상의 비를 가져오지 않으면 어쩌나 염려하며 기다립니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나에게 주어질 아름다운 선물을 기다립니다. 만약 그분이 허락하셔서 비가 오면 반갑게 맞으러 나갈 것입니다. 예쁘게 화장하고 고운 옷 갈아입고. 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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