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3
어제:
177
전체:
5,020,371

이달의 작가
조회 수 1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9)

 


시설에 들어온 기억은 없다

다만 눈을 떴을 때

정글을 베낀 초록벽과

불모의 영토가 익숙해져 있었을 뿐

눈을 감을 때마다 침묵하는 세상 속

사육 당한 기억마다 네 발이 자란다

몸의 일부가 된 만성 두통이

번갈아가며 이마 위에 새처럼 앉아

체온이 피어나는 거적대기를 한 번씩

오랜 세월처럼 들추어 보다

다시 누명처럼 뒤집어 쓴다

아이들이 손가락질을 할 때마다

방음된 생명 하나가 유리벽 너머

, 돌아눕는다

짙은 신음이 시든 꽃처럼 떨어지는

위조된 밀림 속

세상은 어디든 좁아 터져 있다

사람들이 하루빨리 집을 그리고

네모난 지붕 아래 서둘러 갇히는 것처럼

철조망이 없는 곳엔 깊은 웅덩이가 있다

하늘을 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 번씩 조물주처럼 등장하는 조련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사라진다

14불짜리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지면

생사를 초월한 눈빛만 허공에 매달려 있다

세상은 크고 작은 동물원의 연속

벽을 쓰러뜨려 베고 누우면

한 마리의 어둠조차 따라 눕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 간장종지 이월란 2008.05.09 322
150 그대 내게 있음에 이월란 2008.05.09 303
149 숙명 이월란 2008.05.09 270
148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147 그림자 밟기 이월란 2008.05.09 307
146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145 제1시집 실낙원 이월란 2008.05.09 359
144 난지도 사랑 이월란 2008.05.09 306
143 제1시집 시나위 이월란 2008.05.09 388
142 제1시집 무정물(無情物) 이월란 2008.05.09 349
141 제1시집 길손 이월란 2008.05.09 321
140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139 제1시집 꽃처럼2 이월란 2008.05.09 253
138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137 제1시집 불꽃놀이 이월란 2008.05.09 265
136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135 이월란 2008.05.09 228
134 제1시집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9 219
133 제1시집 고엽 이월란 2008.05.09 268
132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