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15.09.26 14:38

그리움 5題

조회 수 3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움 5

 

1 . 별리(別離)

 

1

갈매 산 구릉 너머

울 엄니 떠나시네

 

상두꾼 요령 따라

꽃가마 굼실굼실

 

북망산(北邙山) 가는 길목이

여한(餘恨)으로 얼룩져

 

 

2

먼저 간 지아비는

마중이나 하시려나

 

다시는 안볼 듯한

고집 통 영감일레

 

산 정()이 더럽다 보니

그리움도 가없어

 

3

저승길 천문(天門) 앞에

삼베 포의(布衣) 죄인 되어

 

() 피워 엄니 모셔

재배로 고()하오니

 

도솔천 건너서 돌아

미륵정토(彌勒淨土) 임하소서

 

 

 

 

 

2. 비애(悲哀)

 

1

40도 열꽃 품고

눈 감아 합장하니

 

대웅전 향내 타고

엄니 모습 떠올라

 

댓돌 위 닳은 고무신

삼천 배() 흔적인가

 

2

못 갚은 깊은 모정(母情)

영혼마저 흔들려

 

위패 속 어머니가

소리쳐 꾸짖는 말

 

못난 놈, 정신 돌려라!

조상님 어찌 볼래

 

3

초추(初秋) 시린 바람

솔가지에 머문 아침

 

몽환(夢幻)의 새벽안개

도량(道場)에 젖어 들고

 

산문(山門)밖 돌아가는 길

다시 본 듯 새로워

 

ㅡ사십구제(四十九齋)

 

 

 

 

 

 

          3. 모정(慕情)

 

1

어머니 떠나신 날

()없이 써 내려간

 

현비유인(顯妣孺人) 모본모씨(某本某氏)...

펜 글씨 지방(紙榜) 한 줄

 

찬물로 한()을 씻어도

슬픔은 봇물 되어

 

2

술 한 잔 실과(實果) 몇 알

법도(法度) 잃은 상()차림

 

()밝혀 향 피우고

부복(仆伏)해 고하온들

 

불효자 독축(讀柷) 초혼에

가신 님 다시 올까

 

3

처연한 달빛 사이

갈바람 불어와서

 

구리무 향 엄마 냄새

서러움 더해지고

 

무너져 내린 가슴엔

촛농만 똬리 지네          

ㅡ小祥祭에서

 

* 구리무 : 옛적 크림 로션의 일본식 발음

 

 

 

 



 

4.     회상(回想)

 

1

잃었던 지난 세월

더듬어 찾아 드니

 

돌담 길 사이사이

무리 진 호박 넝쿨

 

()따는 엄니 손등에

함초롬한 햇살이

 

2

영창 밖 미리 내에

그림자 진 하현 쪽 달

 

추야(秋夜) 긴 밤 뒤척이며

반백 년 돌아보니

 

꾸르~ 꾹 밤새 소리에

짚동 한숨 깊어져

 

3

()깃든 창호 문짝

얼룩으로 상()진 흔적

 

외로움 별빛 되어

먹물로 스며들고

 

갈 숲에 뜬 엄니 영혼이

물결 되어 흔들려

 

 

 

 

          

5.     그리운 길손

 

 

1

석양 진 일주문 밖

홀연 왔던 그 길손이

 

서 화담 황진이와

동지 긴 밤 지새우며

 

한 곡차(穀茶) 입맛 다심이

북소리라 하였거늘

 

2

불현듯 가슴 저려

지난 세월 돌아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속절없이 흘러갔네

 

그리운 청정 시선(詩仙)

어느 도량(道場) 헤매일까

 

 

 

3

야삼경(夜三更) 향촉(香燭) 밝혀

백팔합장 드리온들

 

그런들 몽매(蒙昧) 중생

깊은 뜻 어찌 알까

 

언제라 벗들 오라 해

허리 매듭 끌러보나

 

ㅡ스승 조지훈 선생을 그리며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9 빈컵 강민경 2007.01.19 353
1028 시조 빈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07 224
1027 시조 빈터 / 천숙녀 독도시인 2022.03.06 183
1026 빗물 삼킨 파도 되어-박복수 file 미주문협 2017.11.08 206
1025 빗방울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25 97
1024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14
1023 수필 빗속을 울리던 북소리-지희선 오연희 2016.06.01 317
1022 빛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06 174
1021 시조 빛, 문을 향하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3 119
1020 시조 빛, 문을 향하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21 124
1019 시조 빛바랜 책가방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3 110
1018 빛에도 사연이 강민경 2019.06.06 123
1017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32
1016 빛의 얼룩 하늘호수 2015.11.19 237
1015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4
1014 빛이 되고픈 소망에 강민경 2009.08.03 653
1013 시조 빨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8 149
1012 시조 뼈 마디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1 91
1011 시조 뼈마디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5 136
1010 시조 뼛속 깊이 파고드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08 101
Board Pagination Prev 1 ...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