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혀----------------------덴버

2008.10.21 14:26

이월란 조회 수:56



바람의 혀



                                                                이월란



산파가 허공을 찢으면
태의 울음소리를 닮은
고삐 풀린 바람이 길을 낸다
손발은 풍장으로 날고
가다보면 혀만 자라
자꾸만 혀만 자라, 살촉같은 혓소리
이 사람의 등을 긁고, 저 사람의 샅을 긁고
혀짧은 이단자는 삭풍에 머리가 댕강
노쇠한 바람처럼 형체 없이 부서져도
혀만 남아
해지지 않는 혀만 남아
세 치 혀가 거리를 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지구가 돌아요. 꽃빛에 구름빛에 디딘 발자국 어지러워요. 눈부셔요.
바람의 붓을 든 혀들이 회색지대라 명명하면 곧 두 개의 문이 열리죠.
어느 한 쪽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우린 용서받지 못할 방관자, N극과 S극은 모두 추워요.
해가 밤을 끌안고 놓아주지 않는데요. 광녀의 흰자위같은 백야가 오죠.
스마트한 유인원을 닮은 제4빙하기의 네안데르탈인들이 무더기로 살고 있는데요.
양극에서 온 달이 나만 자꾸 자꾸 따라와요.)


한기 들려 모두 사라진 텅 빈 거리를
쓸다 쓸다
입술을 덮고, 코를 덮고, 두 눈을 덮고
마침내 얼굴을 덮었다
물매 맞는 사나운 후더침으로
쥐라기의 이데아가 운두 낮은 거리를
탄말처럼 날아다닌다
토르소가 된 고고한 혀들이
해행하는 거리


욕먹고 싶었다
배 터지도록


                                                              2008-10-2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39 통화 안경라 2008.10.24 60
6138 그랜드캐년 안경라 2008.10.24 56
6137 秋雪 강성재 2008.10.23 60
6136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박정순 2008.10.23 49
6135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43
6134 어떤 제의 박정순 2008.10.22 61
6133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65
6132 버팀목과 호박넝쿨 성백군 2008.10.21 56
» 바람의 혀----------------------덴버 이월란 2008.10.21 56
6130 8월의 다리/김영교 김영교 2008.10.21 53
6129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58
6128 세월 2 이월란 2008.10.20 40
6127 빈 집 장태숙 2008.10.20 47
6126 피아노 장태숙 2008.10.20 64
6125 나를 향해 돌진하는 타이어 이영숙 2008.10.19 61
6124 심문 이월란 2008.10.18 60
6123 시쓰기 정용진 2008.10.18 66
6122 산행, 사랑은/김영교 김영교 2008.10.17 55
6121 환승 이월란 2008.10.17 55
6120 축시 - 정빈 어린이 집에 부치는 글 - 박정순 2008.10.17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