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 해를 물고 가는 새들 강민경 2014.07.02 216
65 해바라기 백야/최광호 2005.07.28 182
64 해와 별의 사랑 이야기 하늘호수 2016.12.16 140
63 해질무렵 patricia m cha 2007.09.08 198
62 햇빛 꽃피웠다 봐라 강민경 2017.01.23 111
61 행복은 언제나 나를 보고 웃는다 file 오연희 2017.06.30 112
60 행복하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1 205
59 행운幸運의 편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5 110
58 향기 퍼 올리는 3월 강민경 2012.08.09 154
57 향기에게 유성룡 2005.11.21 130
56 허공에 피는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14 70
55 허리케인 카트리나 성백군 2005.09.03 191
54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97
53 헤 속 목 /헤속목 1 헤속목 2021.07.31 69
52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77
51 혀공의 눈 강민경 2017.05.26 176
50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3.24 144
49 혈(血) 강민경 2013.02.28 120
48 호객 성백군 2009.04.01 423
47 시조 호롱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4 244
Board Pagination Prev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