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0 뱅뱅 도는 생각 하늘호수 2015.11.07 248
1039 깜박이는 가로등 강민경 2015.11.06 262
1038 수필 세계 한글작가대회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1 369
1037 가을비 소리 강민경 2015.10.29 356
1036 숲 속에 비가 내리면 하늘호수 2015.10.27 359
1035 찡그린 달 강민경 2015.10.23 290
1034 나의 고백 . 4 / 가을 son,yongsang 2015.10.23 394
1033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384
1032 단풍잎 예찬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15 378
1031 여기에도 세상이 강민경 2015.10.13 223
1030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512
1029 10월의 형식 강민경 2015.10.07 305
1028 수필 ‘文化의 달’을 생각 한다 son,yongsang 2015.10.07 277
1027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01 491
1026 숲 속에 볕뉘 강민경 2015.10.01 495
»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638
1024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614
1023 다시 돌아온 새 강민경 2015.09.26 248
1022 시조 그리움 5題 son,yongsang 2015.09.26 486
1021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116 Next
/ 116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