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

2008.11.03 06:27

이영숙 조회 수:55

증명사진

하늘 계신 어머니가
잠시 내려와 사진 찍고 가셨나
꽉 다문 입
눈가 주름
미간의 깊은 골도

새 달력 스물네 번 바꾸느라 바빠
깜빡 잊고 있던 그 모습
사진 한 장 찾아오던 날
어머니를 만났다

그 속에 아버지 닮은 오빠들,
멀리서 혼자 울고 있을 언니가
사진 속에 눈물 감춘 채 웃으며 나를 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막내 가슴에 묻던 날도
형부 앞서 보내던 날도 가보지 못한 매정한 동생을

세월 먹어 배 불렀나
골 깊은 주름에도 여유로운 미소 있다

그리움의 목마른 갈증에
희미한 그림자만 쫓아다녔었는데
3.5인치 2.5인치
비좁은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의 가족들


11/14/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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