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2008.11.06 13:53

정찬열 조회 수:58

  ** 빨래


합동 고백하는 저녁
고해소 앞 길게 늘어선 줄 끝에
가만히 선다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가는 표정들        
살면서 죄 짓지 않는 자 어디 있느냐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에도
줄은 조금씩 줄고 나는 목이 탄다      
      
한 사람이 걸어 나가 고개를 숙이면    
산다는 게 서럽고 외로운 일 아니냐며  
나직나직 토닥이며  
때 묻은 영혼을 가만가만
씻겨 주시는
신부님    

볕 좋은 날
어머니는
때에 저린 옷 빨아
물에 헹궈 탈탈 털어 하나씩
줄에 널었다

고백을 끝내고 휘청휘청 걸어
나가는 뒷모습

바람에 나부끼는
희고 부신
저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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