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든 장미가시

2008.11.07 03:02

정용진 조회 수:56

                         정용진
뜰 앞 정원을 손질하다
조그마한 장미가시 하나가
손끝에 박혔다.

피가 흐르고 손끝이 아리다
바늘로 파내보려고 애를 썼으나
너무 작아 파내지 못하고
찔린 상처에 크림을 바르고
붕대로 싸맸다.

아득히 잊고 한 달여 지난 후
손끝을 살펴보니
주위 살들이 가시를 포옹하여
왕따를 시켜놓았다.

생살을 스스로 보호하려는
아름답고 뜨거운 열정
상처 난 부위를 어루만지며
어머님이 떠나가신 후
자력으로 살아가라는
무언의 가르침임을 깨달았다.
불보다 뜨거운 모성애.

사랑하는 연인에게
꽃 한 송이를 바치려고
장미 가지를 자르다가
그 화농(化膿)으로 죽은
시인 릴케의 사랑은
오늘도
연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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