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서 기쁜 선물

2008.11.07 04:42

김희주 조회 수:69

[독자 마당] 받아서 기쁜 선물







새해를 맞은 지 벌써 며칠이 되었다. 다사다난 했던 2006년. 코란을 손에 쥐고 목에 검은 수건을 두른 채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담 후세인의 죽음을 끝으로 한 해를 접었다.

우리나라도 북쪽의 핵실험 남쪽의 바다 이야기를 위시하여 숱한 말들의 홍수 속에서도 복덩이 황금돼지 한 마리씩 안고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게 부산한 연말을 보내고 조용한 새해의 문턱에서 지난 연말을 정리해 본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말에 이런 저런 선물들을 주고 받았다. 참 힘든 게 선물 고르기다. 해마다 하는 선물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고 소액의 선물을 고를 땐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다고 높은 가격대를 고를 땐 한 두사람이 아니고 지출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과연 받는 이들은 이 선물을 반갑게 맞이할까? 아니면 한 쪽에 밀쳐 두고 푸대접이나 받지 않을까? 참 신경 쓰이는 선물구매이다.

그런데 어느 친구가 헤이즐넛 커피 열매가 도독도독 박힌 자그마한 양초를 예쁘게 포장하여 보내왔다. 난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그 촛불을 밝혔다. 한 해의 끝날 향긋한 커피향이 온 방안에 은은히 퍼졌다. 지난 일들과 아끼고 사랑하고 미워했던 이들의 얼굴이 떠 올랐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태우며 말없이 녹아 내리는 그 뜨거운 눈물에 나도 어느새 녹아 들었다. '그래 지난 날은 용서로 덮고 다가 올 날 더욱 밝게 살아가자. 새해에는 나도 자꾸 자꾸 작아 지면서...'

또 다른 한 친구는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꿰어 만든 귀걸이를 보내 왔다. 알이 너무 작아 다 만들고 나니 눈이 침침했지만 댕글댕글 달고 다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기쁘다면서 흐뭇해 했다.

이런 선물 앞에 나는 부끄러웠다.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포장까지 해 주는 곳을 찾아가 선물을 마련했고 아니면 납작한 기프드 카드로 마음을 대신했다. 나도 앞으로는 받아서 기쁜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선물하고 싶다.

김희주.시인


신문발행일 :2007. 01. 06   / 수정시간 :2007. 1. 5  20: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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