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2008.11.07 16:12

강성재 조회 수:22

가을볕에  누웠더니
누운 자리에서 겨울을 만났다
사람 냄새에 대한 그리움 한자락
가슴에 두었더니 시가 되었다
한없이 부끄럽다
너를 속인 것 같아 부끄럽고
내가 속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런 부끄러움이 나를 버티게 한다
겨울 추위에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사랑에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겨울은 옷섶에서 부터 봄을 털어 내 버릴테니

나는 지금 지독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자괴(自愧)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너는 어디에 숨은 것이냐
내가 숨쉬고 있는 하늘을
너도 숨쉬고 있기는 한거냐
가끔은 세상 최고의 시인이나 된것 처럼 흥청망청
젊은날을 소비하던 기억들을 들추어내곤
가슴에 깊게 난 생체기를 쓰다듬으며
쓸쓸 해 하곤 한다
빈 술잔에 맑은 소주를 담아
가슴을 태우던 나를 두고
가을을 따라 나선 네가 간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또 얼마나
이 겨울의 늪을 헤매여야 할까
갈 길은 아직 멀다
그러니 우선 빈 술잔 부터 채워야겠다
조금만 머뭇거리면
허울 같은 겨울옷만 남을 것이니

봄이 오면 다시 사랑을 해야지
나는 두껍게 입은 절망을 벗어 던지고
봄이 오는 길목을 버티고 서서
너를 기다리마
사랑이야 그때에 다시 하면 되는게 아닌가
새로운 사랑은 아마 푸른색으로 시작 할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39 사는 것이 싫어서 김희주 2008.11.11 51
6238 벼룩떼의 대 이동 김희주 2008.11.11 56
6237 피 검사 김희주 2008.11.11 31
6236 우렁이 빈 껍질 김희주 2008.11.11 54
6235 시 같은 집 김희주 2008.11.11 65
6234 어머니의 하얀 치마 김희주 2008.11.11 59
6233 어머니의 가을 김희주 2008.11.11 54
6232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박영호 2008.11.10 42
6231 어떤 동행 오연희 2009.02.19 43
6230 <미주 한인 소설 연구> 12 박영호 2008.11.10 53
6229 북한산 송추계곡에서 김희주 2008.11.10 44
6228 '봄'이라고 김희주 2008.11.10 63
6227 조각달 김희주 2008.11.10 28
6226 길떠난 바람 박효근 2008.11.09 51
6225 이슬 박효근 2008.11.09 63
6224 동료를 찾습니다 박효근 2008.11.09 74
6223 바람개비 장정자 2008.11.09 36
6222 21인의 선택 신영철 2008.11.08 24
6221 악몽소동 박정순 2008.11.08 35
» 너에게 강성재 2008.11.0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