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재롱

2008.11.18 02:18

정용진 조회 수:57

                   정용진

나는 젊은 나이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 손녀 자랑을
넋 없이 하는 것을 보고
내심으로 저게 주책이지 하였다.

그런데 웬걸
이제는 우리 내외가 주책이 되었다.
한살 반 된 손녀 우영이가
우리 내외의 혼을 빼기 때문이다.
차를 타면 DVD. DVD.
방에 오면 TV. TV.
사과 대추 빠나나를 내어놓으라고 야단이더니
내파 밸리 포도 농장에 가서는
저는 밭에서 포도를 손수 따먹고
할 애비인 나는
시음 와인에 기분 좋게 취하여
거나하게 돌아왔다.

금문교를 지나오며
푸른 바다물결을 보고
무쵸 아구와 무쵸 아구와
스페니쉬로 물이 많다고 지껄여댄다.

어제는 제 어머니가
과자를 한 개만 주며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고 더 안주니
슬며시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강아지 인형을 안고나와
강아지가 쿠키를 먹고 싶어 하니
하나 더 달라고 떼를 쓴다.
그리고 하나 더 얻어
강아지 입에 넣어 주는 척 하고
제 입에 넣고 의기양양하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오늘도 영악한 손녀가
무척 보고 싶다.

여든 살 먹은 늙은이가
세살 먹은 애한테 배워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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