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시집

2008.11.20 16:48

이월란 조회 수:23




유고시집



                                                                   이월란



詩를 쓰는 일은
마치 구조를 기다리며 난간에 매달리듯, 무작정 그것을
꽉 부여잡고 있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내가 모르는 그 시인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사망소식처럼
내가 아는 백화점의 파산소식보다도 작은 놀라움으로
그렇게 잠시 스쳐갔을 뿐이었다
죽었구나


장담이 아닌 불안으로
믿음이 아닌 의심으로
대답이 아닌 물음으로
결론이 아닌 전제로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멀쩡한 몸뚱이 안에서 어딘가 자꾸만 아파오는 비상식의
신열이 고스란히 고여 있는 행간에서
떨어져내린 그는
추락했을까, 구조되었을까


아랑곳 없는 詩만 아직도 난간을 붙들고 있다
하얀 백지 위에서

                                                            2008-11-2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23
6298 풍향계 최상준 2008.11.20 33
6297 대장내시경 문만규 2008.11.20 49
6296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54
6295 함께 나누고 싶은 동시(발표문) 지희선 2008.11.20 45
6294 Scream 고현혜(타냐) 2008.11.19 55
6293 절규 고현혜(타냐) 2008.11.19 18
6292 Heartache 고현혜(타냐) 2008.11.19 55
6291 가슴앓이 고현혜(타냐) 2008.11.19 43
6290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40
6289 새떼 이월란 2008.11.19 40
6288 파도 정국희 2008.11.19 51
6287 People in the Kingdom of Beggars 고현혜(타냐) 2008.11.19 53
6286 거지 왕국 사람들 고현혜(타냐) 2008.11.19 44
6285 Apathy 고현혜(타냐) 2008.11.19 29
6284 무관심 고현혜(타냐) 2008.11.19 29
6283 하루살이 박정순 2009.04.21 56
6282 출처 이월란 2009.04.21 42
6281 기차를 놓치다 박정순 2009.04.21 33
6280 불행한 사람이 이영숙 2008.11.19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