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대한민국/김학

2015.12.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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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대한민국

김 학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여인천하가 되었다. 남성전용인 줄 알았던 대통령직도 슬그머니 여성이 물려받았다. 신라시대 천년 동안 세 명의 여성이 임금 자리에 올랐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도 더 선진국인 셈이다.
예로부터 남자는 하늘이요, 여자는 땅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남성들은 우쭐한 기분을 느꼈다. 남성우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여성들이 파놓은 함정이 있었던 것 같다.
땅은 생산의 원천이다. 온갖 씨앗은 땅에 심어야지 하늘에 심을 수는 없다. 땅은 소득의 원천이지만 하늘은 쓸모없는 공간일 뿐이다. 땅은 사고 팔 수 있고, 값이 오르기도 하니 재산가치가 높다. 그러나 하늘은 사고 팔 수도 없고, 땡전 한 푼 소득을 올릴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이라는 남자는 헛것이고 ‘땅’이라는 여자는 갈수록 귀해지기 마련이다. 세월이 갈수록 오르는 게 땅값이 아니던가? 땅 투기를 잘해서 졸부(猝富)가 된 사람들이 많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 고관대작의 아내들은 거의가 땅 투기의 전문가들이 아니던가?
한자(漢字)를 만든 이들은 오래 전부터 남녀의 가치를 잘 알았던 것 같다. ‘男’자를 보라. 남자는 모름지기 밭[田]을 갈면서 힘[力]을 써야 하는 존재임을 알았기에 그런 한문글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女’자를 보라. 이 글자를 보면 여자는 잘 먹고 몸매나 가꾸면서 느긋하게 배나 두드리며 살라고 만들어낸 글자가 아닌가?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라. 女기자가 없으면 뉴스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女기자의 출연이 잦다. 女기자가 방송의 꽃으로 우대 받기는커녕 男기자 못지않은 일꾼으로 등장한다.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리포트를 하는 女기자들이 많다. 심지어는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女기자가 종군기자로서 보도를 한다. 어쩌면 이러다가 남자가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역할을 맡고, 여자가 바깥활동을 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 낳는 일까지도 남자에게 떠맡기면 어떡할까?
옛날엔 남존여비(男尊女卑)라고 했었다. 여자는 노비처럼 남자의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남자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우스갯말이 있지 않던가?
이 세상에는 70억 인구가 사는데, 그 절반이 여자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어느 나라 여자일까? 한국여자라고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여자는 태어나서부터 죽은 뒤까지도 자기 성(姓)을 바꾸지 않는다. 신사임당이나 유관순은 살아서나 죽어서도 자기 성을 지키지 않던가? 레이디 퍼스트(Lady first)를 자랑하는 영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결혼하면 여자는 자기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른다. 우리나라에서 부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 아내의 성이 남편의 성으로 바뀌지 않던가? 또 여자가 재혼을 하면 전 남편의 성을 다 소개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이 오나시스와 재혼을 하니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되지 않던가? 우리나라에서 집이나 땅 등 부동산을 사고팔면 전 소유주 이름이 줄줄이 등기부등본에 오르듯이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선진국에는 여자가 못 들어가는 남자대학은 있지만 남자가 못 들어가는 여자대학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남자가 들어갈 수 없는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 여자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있지 않던가? 또 남자들이 서서 소피(所避)를 보는 남자화장실에서 여자가 청소를 하는 나라 역시 우리나라밖에 없단다.
지금은 남녀평등을 거쳐 여성상위시대가 되었다. 남편이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정년퇴직을 한 뒤 연금이나 퇴직금을 아내에게 바친 뒤 집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면 아내의 푸대접을 받는다. 남편이 집에서 몇 끼를 먹느냐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다.
집에서 하루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 님’이라 우대를 받지만, 하루 한 끼만 먹으면 ‘일식 씨’, 하루 두 끼를 먹으면 ‘이식이 놈’, 하루 세기를 꼬박꼬박 다 챙겨먹으면 ‘삼식이 새끼’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이런 세상이 되고 말았다. 여인천하가 되었으니, 이 정도의 대접을 받으면서 연명하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라고나 할까?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수모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남자들은 건강관리라도 잘 해야 한다. 요즘에는 아내들이 돈 잘 벌고 정력이 약하면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고 비아냥거리고, 돈은 못 벌어도 정력이 좋으면 ‘네가 짐승이지 사람이냐?’고 나무란단다. 또 돈도 못 벌고 정력도 약하면 ‘내가 눈이 삐었지, 저걸 인간이라고…….’하며, 돈도 잘 벌고 정력도 좋으면 ‘그러게 내 남편이라지!’라며 칭찬을 한다니, 남편 노릇하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자꾸 헛기침이 난다. 아직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신호다.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우스갯말이나 생각하면서 웃음을 깨물어 볼 일이다.
역사상 가장 행복한 여자 두 사람은 에덴동산의 이브(Eve)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maria)라던가? 이브는 남편이 있었지만 시어머니가 없었고, 마리아는 아들이 있었지만 며느리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럴 듯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말들도 참 잘 만들어낸다 싶다.
(201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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