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친구/한성덕

2016.01.07 18:34

한성덕 조회 수:66

애연가 친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건강한 신체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관리해야만 유지된다. 소박한 삶을 지향하면서도 적당한 운동을 하고,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를 즐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이것을 몰라서 건강을 잃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알면서도 아는 것만큼 실천하지 못하는데 큰 문제가 있다.

“담배를 피우면 몸에 해로울 뿐이지 이로울 게 없다.”

하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발표되고, 담배의 겉표지에는 경고문까지 새겨 넣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연가들은 닭 소 보듯 하며 살고 있다. 요즘엔 담배의 폐해에 대하여 매우 끔찍한 영상으로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충격요법으로 받아들이는 지는 미지수다.

원자력병원 폐암센터에서 신문지상에 발표한 내용이 있다. 이것은 설교 때 양념처럼 사용할 목적으로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내용이다. ‘흡연은 모든 암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라고 했다. ‘끽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조기 사망한 미국인이 전쟁 중에 숨진 미국인의 10배가 넘는다.’고 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3년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순이었고, 모든 연령대의 사망원인 역시 암이 1위였다. 통계적으로 보면, 흡연자의 폐암 유발 원인으로 비흡연자 대비 최소 9배부터 20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담배에는 니켈, 벤젠, 비소 등 직접적인 발암 물질의 종류만 60여 종 이상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이래서 사랑하는 내 친구 E가 세상과 이별했나? 40대를 버거워하며 그토록 힘들어하더니, 50의 고개를 넘기가 무척 힘들었던가 보다. 그야말로 ‘줄 담배 인생’으로 살더니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 채 한줌 흙으로 사라졌다. 참 좋은 친구였는데 무척이나 안쓰럽다.

우리 집에서 진안군 안천중학교까지는 12km나 되었다. 3년 동안 비가 오든지 눈이 내리든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동행했던 친구였다. 내가 먼저 나가면 1km쯤에서 만났다. 걸어 다니면서 스스로 고백한 그의 말이 ‘난 죽어도 담배는 안 피운다.’였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흡연으로 인하여, 해소 기침에 가래를 끌어안고 살다시피 하셨다. 그래서 단명하셨기 때문이다. 묻지도 않은 말을 제 스스로 했던 착한 동무였다. 부친의 고생스러움이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그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었으므로 그런 결심을 했을 것이다.

간간히 그 친구 생각이 난다. 그 때마다 잊지 않고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난 죽어도 담배는 안 피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난 죽어도 담배를 피운다.’로 들리니 말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건강을 지키고 싶어서 ‘난 결코 하지 않겠다.’고 한 그 다짐이, ‘건강을 해쳐도 상관없다’는 말로 바꾼 채, 제 맘껏 살았나 싶어서다.

파리 한 마리가 있었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 있는 항아리 속으로 떨어졌다. 묽은 스프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쳤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와, 먹고, 마시고, 목욕까지 하는구나! 신난다. 이제 곧 죽을 목숨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랬다.

우리 친구가, 세상 사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지는 않았던가? 그 속에서 나오려고 몸부림 쳤으나 때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 ‘에라 모르겠다. 이왕에 이렇게 된 것인데 먹고, 마시고, 실컷 피우고나 보자.’ 스스로 자포자기했던 인생살이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넉넉한 집안 살림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했음인지 상급하교 진학을 포기했던 효자였다. 그 뒤 헤어졌다. 그리고 날 볼 때마다 그렇게도 부러워하고, 때로는 만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감지하기도 했었다. 자존감이 허락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늘 따라 유난히 그 친구가 생각난다. 날 보면서 ‘사랑하는 내 친구, 성덕아!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라고 소리치는가 보다. 그와 맞물려 내 스스로의 건강도 돌아보게 되었다. 세상 것 다 준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인가? 인생이 한 번 왔다가 사라지고 마는 존재인데,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동안만큼은, ‘건강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 나이가 조금은 들었나 보다.

(201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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