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정이동산에 핀 글꽃들/양연길

2016.01.11 07:54

양연길 조회 수:149

꽃밭정이동산에 핀 글꽃들

꽃밭정이수필창작반 양 연 길





첫 대면치곤 무척 반가웠다. 오른 손에 들린 책의 묵직함이 마음속에 전해졌다. 얼굴 위쪽은 하얀색 바탕에 꽃밭정이수필이란 제호(題號)가 질박하고 수수한 붓글씨체로 까맣게 박혀있다. 그 아래 2015년 제5호라는 표시가 전주꽃밭정이수필문학회의 연혁을 알려주고 있다. 숫자 5는 이래봬도 내가 벌써 다섯 번째 나오는 것이라고 한껏 폼을 잡고 홍조 띤 얼굴로 어깨를 들어 올리고 있다. 얼굴 아래쪽은 어둠을 몰아내듯 꽃송이들이 노랑 빨강 초록으로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하고 있다. 바람결처럼 책장을 넘겨보는 것으로 첫 대면은 그렇게 끝났다.

꽃밭정이수필창작반 종강 이래 지금까지 문우들의 글을 읽는 재미, 기쁨, 감동에 빠져 지냈다. 나는 어떤 책이건 손에 잡히면 일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나서 서문과 목차를 꼼꼼히 읽는 습관이 있다. 꽃밭정이 수필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꽃밭정이의 발자취 화보는 수줍음이 많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문우들의 얼굴을 비록 작은 사진 속에서 찬찬히 눈여겨보며 볼 수 있어 좋았고, 나들이와 문우의 등단 축하 기념사진은 큰 의미를 간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좋았다. 그 문우들 틈새에 나도 한 자리 하고 있음을 보고 잠깐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런 일은 예전에 미처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문광섭 회장의 발간사 “국화꽃 피려면 봄부터 소쩍새는 울어야”는 짧지만 명문장이었다. 제목에서 문집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되어 이르는 말이다. 김 학 지도교수님은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라는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수필감을 찾아야 함을 일깨워 주셨다. ~덕분에가 아니라 ~때문에가 난무하는 세태에 우리가 명심해야할 귀한 말씀이다. 이 지역 출신 김윤덕 국회의원의 축사도 고맙게 받아야겠다.

나는 목차를 보고 김규원 편집위원장과 정정애, 전선숙 편집위원의 노고가 참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작품을 일일이 읽어보지 않고는 일곱 바탕으로 구분하여 이토록 잘 편집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우들의 노작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먼저 문우의 첫 작품 페이지 왼쪽에 일련번호를 주어나갔다. 모두 23명의 문우가 작품을 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한 문우가 몇 편의 작품을 냈는지 일일이 페이지를 찾아 첫 작품 오른쪽에 적어놓았다. 세 편 내지 네 편을 낸 문우들의 작품은 모두 77편이었다.

작가별 작품 추려보기를 끝내고 다시 바탕별 작품읽기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주로 새벽기도 시간 이후였다.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문우들의 지성, 인성, 심성까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만난 지 열 달쯤 되었는데 십년지기와 같은 가까움이 느껴졌다. 읽다가 가슴 저미는 사연이나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에 이르면 나도 덩달아 가슴을 적시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기도 했다. 소소(疎疎)한 일상을 글감으로 하여 이토록 맛깔스럽고 아름답게 작품을 빚을 수 있을까! 감동적인 작품에 환호를 보냈다. 역사의 현장을 찾아본 느낌과 사실을 작품화하여 독자에게 지식의 지경을 넓혀주고 있음은 수필가의 동력이라 생각하며 고맙고 감사했다. 때로는 묵직한 주제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울림으로 숙연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분들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원초적인 사랑이다.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질김이 있는 것이다. 관계의 좋고 나쁨을 떠나 애달픔이 있고 나이 들어갈수록 새로워진다. 그래서 “나이 들며 더욱 그리운 어버이” 바탕에 모여 있는 글들은 파도가 되고 메아리가 되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사랑, 그 무슨 말로 소중함을 표현하고 묘사할 수 있을까? 만남, 기쁨, 환희, 기다림인가 하면 어느 순간에 헤어짐, 아픔, 떠남이 되는 변주에 그저 당황하고 놀랄 뿐이다. 사랑은 묘약(妙藥)인가, 독약(毒藥)인가? 왜 한 단어를 전혀 다른 두 가지 뜻으로 언급하는 것일까? 잘 사용하면 돋보이는 가치를 갖게 되지만 잘못사용하면 천박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한 몸, 한 마음을 이루고 바늘 가는데 실 가는듯하면 사랑은 영원하리라. 이생과 저생을 초월하여….

우리는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다. 벗 삼아 살 때 삶의 향기를 발할 수 있다.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여정이다. 여정에 오른 나그네는 지난날을 생각하며 아름답다고 한다. 그리움에 젖어 눈물짓고, 한숨 쉬고,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시절을 사랑한다. 꽃밭정이문우들은 이것들을 그냥 가슴에,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꽃으로 피워내는데 성공했다. 비등점(沸騰點)에 이른 것이다.

물은 섭씨한란계로 100도가 되면 끓는다. 어떤 연료를 사용하던 상관없다. 문우들은 다양한 연료(소재)를 사용하여 물이 끊을 때까지 불을 지폈다. 출산의 고통을 참으며 건강한 아이의 출생을 소망하듯이. 꽃밭정이동산에 핀 글꽃들이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고 튼실한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201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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