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부와 졸부

2016.01.14 08:37

김민술 조회 수:98

만석군과 졸부

꽃밭정이 수필문학회 김민술

 

 

 

  만석군(萬石君)이란, 벼 만 석 가량을 거둬들일 수 있는 논밭을 가진 사람이나 만석들이 큰 부자를 일컫는 말이다. 자고로 천석군, 만석군  할 때의 군은 임금 군(君)자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니 옛날 사람들은 만석군 부자를 임금과 같은 반열로 대접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재산을 가지고도 베풀 줄 모르고 더 갖기를 욕심내고 흉하게 살면 군이 아니라 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 꾼은 요즘 사회에서 천시받는 노름꾼, 사기꾼 같은 표현이다. 일확천금으로 벼락부자가 된 졸부 (猝富)나 다름없다.

 졸부는 자기만 배불리 먹고 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니 졸부는 꾼에 해당한다. 만석꾼이나 벼락부자가 어디에다 돈을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이웃에게는 인색하면서 자신에게만 관대하게 돈을 쓰는 사람은 만석을 가졌어도 졸부다.

 지난해 12월에 마크 저커버그란 사람이 막 태어난 딸에게 재산 52조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가장 성스럽고 축복받을 일이라며 태여난 딸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생명에 대해 경이로움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일직이 사마온 공이 말했다. 돈을 모아서 자손에게 넘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지킨다고 볼 수 없다. 남 모르는 가운데 덕(德)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교를 하느니만 못하리라 하셨다. 즉 자손이 오래도록 잘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돈을 남겨 주느니보다 남모르게 선행(善行)을 하고 인덕(仁德)을 베푸는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우리 속담에도 인심이 노적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부자가 3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경주 최부잣집은 아니다. 만석꾼 최부자의 비결은 특이하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이 분명 했다. 그래서 경주 최부자는 명부(名富)로 불리었다.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고, 과객 대접을 후하게 하며, 흉년에 가난한 사람이 헐값에 내놓은 땅은 어떤 경우든 사지 말라고 다짐한 게 최부자였다.

 경주 최부자가 명부라면 진주에는 의부(義富)도 있다. 의로운 일에 돈을 쓰는 부자가 의부다. 진주시 지수면의 5백 년 부잣집인 허 씨 집안이다. 만석꾼이었던 허 씨 문중에서는 돈을 모아 의장답 (義莊沓)을 만들었다. 지금 같으면 공익재단이다. 흉년에 배고픈 사람을 먹여주고 공공사업에 돈을 썼다. 일제 강점기 독립회사였던 백산상회를 출범시킬 때도 허 씨들은 경주 최부자와 함께 기금을 내놓았다.

 요즈음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부자들이 많다. 나라 밖에서는 자수성가가 대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5%가 상속받은 부자라고 한다. 재산 때문에 형제들이 싸우고 재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스님 이야기다. 돈이나 재물은 분뇨 같아서 밭에 뿌리면 좋은 거름이 되지만 방 안에 놓아두면 고약한 냄새만 난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부자들도 더 좋은 사업에 투자해서 많은 일자리 창출로 젊은이들이 어깨를 펴고 웃음꽃을 피우는 세상을 보고 싶다. 부족함보다 넘치는 것이 문제다. 채우지 말고 움켜쥐는 대신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만석꾼들이 할 일이다.

                                                                         (2016.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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