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자

2016.01.19 18:31

강양순 조회 수:95

할머니와 손자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강 양 순

 

 

 

 어느 추운 겨울날 저녁이었다. 막 저녁을 먹고 누워 있으려니 삼층에 사는 큰손자가 내 방문을 노크하더니 내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나는 웬일인가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손자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손자는 갑자기 내 품에 얼굴을 묻고 “할머니, 나 어떠하면 좋아요?" 하며 흐느끼기 일보 전이었다.

 나는 손자의 등을 다독이며 “ 집에 무슨 일이 있었니?” 하고 물어 보았다. 그제야 손자는 내 품에서 떨어지더니 하는 말이 “ 나 아빠가 미국에 가서 랭귀지 스쿨에 넣어 줄 테니 6개월만 공부하고 오래요.” 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내 품을 파고들며 “ 할머니, 나 미국에 가면 할머니 보고 싶어서 어떻게 살아?" 하며 몸부림을 쳤다.

 나는 당황하여 손자의 등을 토닥여 주며 “ 잘된 일이구나! 미국에 가면 네 고모도 있고 형도 누나도 있지 않느냐? 그곳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오면 요즘 취직난도 극심한데 취직하기도 쉽고, 아주 축하해야 할 일인 것 같구나!" 라며 손자를 위로해 주었다.

미국에는 이민 가서 사는 딸과 작은아들 내외, 형과 누나도 그 곳에서 잘 적응하여 지금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 그제야 손자는 안심이 된 듯 웃음을 보였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이 되지 않아 젊은이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 어서 많은 회사들이 늘어나서 젊은이들의 갈 곳을 찾아 주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만큼 취직난을 겪는 나라는 없는가 보다. 취직난 시대에 어떻게 해야 취직이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자기가 가진 기능 , 기술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 공부만이 최우선인 한국의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특히 외국어 분야에서 토익점수가 미달 되면 취직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은 손자를 미국에 보내려 하는 것이다.

 내 나이 61 세 되던 해 나는 미국 외손자와 외손녀를 돌보아 주다가 허리가 아파서 돌아 왔다. 한국엔 7살 6살 연년생인 손자들이 자라고 있었다. 며느리는 좋은 직장을 찾아 늘 집을 비우는 상태고, 아이들은 내 손에서 양육되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아이들은 낮 12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왔다. 여름엔 땟물이 주르르 흐르는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나는 찬 수건을 준비하여 얼굴을 닦아 주고 내 방에 에어컨을 켜 두었다가 손자들을 시원한 곳에서 쉬게 해주었다. 또 아이스크림 이나, 복숭아를 준비하여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챙겨 주었다. 겨울에는 거실을 따듯하게 데워서 전기 옥매트를 깔아 놓고 티브이는 아이들 프로그램에 맟추어 놓고 핫도그나 도넛을 만들어 간식을 챙겨 주었다.

 내 즐거움의 하나는 늘 부엌에서 아이들 간식 만드는 일이었다. 그 밖에도 동그랑땡이나, 오징어 튀김, 닭볶음탕, 돼지고기 수육, 김치전, 돼지고기 김치찜, 아이들의 간식거리는 날로날로 발전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광경을 바라보면 내 마음은 흡사 풍선처럼 기쁨으로 부풀어 올랐다.

 하루는 너무나 많은 기름 요리를 하다가 보니 하수구 가 막혀 버렸다 . 남편은 비가 그친 다음날 온종일 하수구의 기름을 걷어 내느라 진땀을 흘린 일도 있다. 그 뒤로 나는 기름 요리를 할 때면 그 기름을 하수구에 붓지 않고 마당 한쪽 구석 화분 속에 흙을 채우고 그곳에 기름을 버렸다. 이렇게 많은 추억을 쌓으며 아이들은 자랐다. 세월은 흘렀고 이제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고 군대에 다녀와서 대학교 복학생이 되었다. 그 동안 쌓은 정들이 손자들의 마음속에 할머니의 사랑이 점 점 깊어진 모양이다 .

 이제 내 나이 80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서서히 단풍처럼 물들어 가고 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내 인생을 정리하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글로 써서 후손들에게 남기는 일이다. 나의 인생 60년은 자식 기르느라 20년의 세월을 보냈고, 또 미국에 있는 외손자를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15년 동안 길러 주었고, 이제 나머지 한국에 있는 친손자를 기르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3층에는 부모가 버젓이 있고 할머니의 역할이야 손자들이 오면 간식 정도 챙겨 주는 것 이 나의 일이지만, 그 일은 내게 아주 소중한 추억을 남겨 준다. 이제 죽음이 찾아온다한들 여한은 없다. 이제 서서히 단풍처럼 물들어 가는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내 인생을 정리하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글로 써서 수필집 한 권을 남기는 일이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그 어떤 봄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남기고 싶다.

                                                                      (201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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