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의 밤
2016.01.28 10:32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어둠 속
밤을 움직이는 파도소리는 새가 날아가는 소리보다 아름답다
파도의 현을 켜서 검은 음표를 토해내는 바다
울퉁불퉁 물결이 길어올리는 하모니는
물고기들에겐 아늑한 자장가 소리
우주가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다
별들이 긴 여장을 풀고 잠들어 있는 풍만한 저 품속
물의 결을 따라 달빛이 한 올 한 올 두릅으로 엮이고
멈춤을 모르는 출렁임의 근성으로
넘실넘실 생의 맥박이 일어서는 동안
밤의 등허리는 동쪽을 향해 조금씩 돌아눕고 있다
두 귀 모으고 나를 지키는 별들
설혹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일지라도
만선의 깃발처럼 펄럭이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 지다가
문득
달을 품고 몸 추스리는 검은 해저 속
환각의 그림자 하나 건져올린다
갑자기 무언가에 용서 빌고 싶은 마음
잠깐, 그를 떠올리고 만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3 | Drive Through | 정국희 | 2017.01.18 | 20 |
202 | 순환의 힘 | 정국희 | 2019.01.28 | 34 |
201 |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스페인과 포루투칼에서... | 정국희 | 2017.01.05 | 38 |
200 | 4월의 시 | 정국희 | 2020.11.29 | 40 |
199 | 새해에 바치는 노래 | 정국희 | 2021.01.18 | 40 |
198 | 왼쪽을 위한 서시 | 정국희 | 2019.01.30 | 43 |
197 | 알함브라의 사랑 | 정국희 | 2019.01.29 | 46 |
196 | 5월의 시 | 정국희 | 2020.11.29 | 46 |
195 | 루브르 박물관엔 전생의 내가 있다 | 정국희 | 2021.06.23 | 51 |
194 | 늑대의 조시 | 정국희 | 2019.02.08 | 54 |
193 | 아침부터 저녁까지 | 정국희 | 2021.02.27 | 55 |
192 | 나는 그를 보고 있으나 그는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모른다 | 정국희 | 2021.02.07 | 58 |
191 | 친정집을 나서며 [2] | 정국희 | 2017.03.05 | 61 |
190 | '목줄' 시작 메모 | 정국희 | 2017.04.28 | 61 |
189 | Guess의 문제점 | 정국희 | 2021.04.05 | 61 |
188 | 이영광의 시 (작아지는 몸)감상 | 정국희 | 2019.03.24 | 64 |
187 | 방과 부엌 사이 | 정국희 | 2019.02.08 | 64 |
186 | 왼쪽을 위한 서시 | 정국희 | 2022.02.27 | 66 |
185 | 로스앤젤레스, 천사의 땅을 거처로 삼았다 | 정국희 | 2019.02.03 | 71 |
184 | 똥꿈 | 정국희 | 2019.02.28 | 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