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의 밤
2016.01.28 10:32
노스캐롤라이나의 밤
어둠 속
밤을 움직이는 파도소리는 새가 날아가는 소리보다 아름답다
파도의 현을 켜서 검은 음표를 토해내는 바다
울퉁불퉁 물결이 길어올리는 하모니는
물고기들에겐 아늑한 자장가 소리
우주가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다
별들이 긴 여장을 풀고 잠들어 있는 풍만한 저 품속
물의 결을 따라 달빛이 한 올 한 올 두릅으로 엮이고
멈춤을 모르는 출렁임의 근성으로
넘실넘실 생의 맥박이 일어서는 동안
밤의 등허리는 동쪽을 향해 조금씩 돌아눕고 있다
두 귀 모으고 나를 지키는 별들
설혹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일지라도
만선의 깃발처럼 펄럭이며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간담이 서늘해 지다가
문득
달을 품고 몸 추스리는 검은 해저 속
환각의 그림자 하나 건져올린다
갑자기 무언가에 용서 빌고 싶은 마음
잠깐, 그를 떠올리고 만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3 | 데쓰 벨리 | 정국희 | 2010.01.14 | 712 |
162 | 놋그릇 | 정국희 | 2009.08.15 | 705 |
161 | 디아스포라의 밤 | 정국희 | 2011.01.02 | 696 |
160 | 매실 | 정국희 | 2010.01.25 | 695 |
159 | 요지경 세상 | 정국희 | 2010.01.25 | 694 |
158 | 무숙자 | 정국희 | 2010.02.04 | 689 |
157 | 나의 아바타 | 정국희 | 2011.04.20 | 687 |
156 | 나이아가라 | 정국희 | 2011.02.13 | 683 |
155 | 꿈자리 | 정국희 | 2010.11.11 | 680 |
154 | 오냐 | 정국희 | 2010.12.18 | 677 |
153 | 빈 칸 | 정국희 | 2009.12.23 | 671 |
152 | 그것은 욕망인가 | 정국희 | 2009.08.20 | 670 |
151 | 이면우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감상문 | 정국희 | 2015.07.03 | 670 |
150 | 미역 | 정국희 | 2008.08.28 | 657 |
149 | 상현달 | 정국희 | 2013.02.11 | 653 |
148 | 패싸움 | 정국희 | 2010.10.31 | 653 |
147 | 그늘 | 정국희 | 2012.10.04 | 650 |
146 | 계절 | 정국희 | 2012.05.30 | 649 |
145 | 시간 | 정국희 | 2009.01.22 | 649 |
144 | 대책 없는 수컷 | 정국희 | 2012.08.20 | 6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