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2009.01.22 16:07
시간
슬픔과 웃음
두 겹의 옷을 입고
끝은 비밀에 붙여진 채
시간을 걸어 왔네
시간은 나를 규정하고
나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문학이라는 것을
여울에 징검돌처럼 놓아 두고
구비구비 잘도 건너 왔네
한 때 외등 밑 바람 같았던 나
귀여린 잎사귀같이 쉼없이 나풀대던
쌀쌀한 저녁이면
허접한 몸으로
붙들 것 없는 허공 꽉 움켜쥐고
시같은 시를 썼네
밤 고구마처럼 팍팍했던 삶
비좁은 자루 속에
울퉁불퉁 우겨 넣고
타박타박 걸어온 사십여년
나쁜일도 많았지만
좋은일은 더 많았다고
그것이 삶이라고
시를 쓰면서
시처럼 살지 못한 내가
언젠가 윤회輪廻 끝에 돌아 올
그 시간 속에 시처럼 들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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