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시인
2009.01.26 12:48
이제 시 쓰는 것보다
밥하는게 더 쉬워요
서점에서 서성이는 것보다
마켓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고요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보다
냉장고를 열고 무슨 반찬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요
타냐라는 이름이 타인처럼 낯설어져 가고
엄마, 아내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가죠
그래도 시인이라는 이름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참석한 해변문학세미나
반갑게 맞으시며 무언가 적어주신다는
문 시인님께 찾아드린 흰종이 뒷장엔
무1, 파2, 계란, 두부 등등이라고
적혀 있었지요
시 안쓰는 전업주부 명함같아서
미소 지으시는 문 시인님 뒤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옛날엔 커피냄새 바다냄새 나던 나의 시
이제는 마늘냄새 아기냄새 밖에 안나요
그나마
이시도
빵을 구우며
독일어를 공부했던
에밀리 브란데를 흉내내어
부엌에서
파를 쓸다가
국을 끓이다가
한자씩 한자씩
더듬거리며 쓰는 거랍니다
밥하는게 더 쉬워요
서점에서 서성이는 것보다
마켓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더 길고요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보다
냉장고를 열고 무슨 반찬 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요
타냐라는 이름이 타인처럼 낯설어져 가고
엄마, 아내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가죠
그래도 시인이라는 이름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참석한 해변문학세미나
반갑게 맞으시며 무언가 적어주신다는
문 시인님께 찾아드린 흰종이 뒷장엔
무1, 파2, 계란, 두부 등등이라고
적혀 있었지요
시 안쓰는 전업주부 명함같아서
미소 지으시는 문 시인님 뒤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옛날엔 커피냄새 바다냄새 나던 나의 시
이제는 마늘냄새 아기냄새 밖에 안나요
그나마
이시도
빵을 구우며
독일어를 공부했던
에밀리 브란데를 흉내내어
부엌에서
파를 쓸다가
국을 끓이다가
한자씩 한자씩
더듬거리며 쓰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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