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09.01.26 13:05

고현혜(타냐) 조회 수:63

당신이 바다시라면
나는 햇살 쏟아지는 금빛 모래 위에
꿈꾸는 하얀 소라.

당신이 진초록 잔디밭이시라면
그 안에 곱게 수를 놓는
나는 작은 노란 종달꽃이며

당신이 밤하늘이시라면
나는 소박한 빛을 발하며
춤추는 작은 아기별이지요

당신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한 풀잎이시라면
나는 그 풀잎 끝에 매달려 노래하는
날개 없는 풀벌레.

당신이 우수에 찬 깊은 호수이시라면
그 안에서 숨쉬는
나는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이며

당신이 높은 겨울 산이라면
난 그 안에서 자라나는 한 그루 여린 상록수이지요

세월이 흘러
내 검은머리가
당신과 같은 허연 백발이 되어도

내 팽팽한 이마에
당신보다도 더 깊은
주름이 패여도

내 귀가 멀어져
당신의 음성조차
아득히 들려와도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의 철부지 일곱 살
귀여운 공주이며

당신은
영원히 영원히
늙지 않는 나의 왕,
나의 아버지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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