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瑞氣)

2009.01.27 15:43

강성재 조회 수:56

그녀는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아무도 느끼지 못했지만
당신이 토정비결을 펼쳐 들고
새해의 운세를 점 치고 있을 때
당신이 당신의 아내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그녀가 당신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당신의 심장은 뜨거워졌다
그녀의 손이 당신을 어루 만지고
그녀의 눈과 그녀의 심장이
당신의 몸과 포개어졌다
그녀의 숨결이
당신의 숨결과 합해지자
당신의 기운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는 익숙하게
당신의 가슴에 용해 되었으며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당신의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그녀를
당신은 아침 식사를 하다가
누군가와 새해의 덕담을 나누다가
혹은 당신의 기도 중에서
문득 깨닫는다

때로는 권태로운
일상이 짜증스러울 때
당신은 당신의 삶에 대해
갑자기 슬퍼졌다
그녀는 당신의 권태로움과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아픔까지도 모두
이해 한다는 듯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씨익 한번
웃어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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