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힘

2016.02.19 09:19

신효선 조회 수:32

칭찬의 힘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신효선

나는 오늘도 칭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무엇을 칭찬해야 할까? 왜냐하면, 내일 수업 첫 시간에 발표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가족, 이웃들, 친구들, 아니면 동물들, 요리조리 생각해 본다. 상대방에게 자신감과 행복감을 주는 최고의 선물인 칭찬. 칭찬을 받으면 바보도 천재로 바뀐다는 칭찬. 칭찬하면 칭찬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비난하면 비난받을 일을 더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 같고. 칭찬이란 사람을 선한 길로 이끄는 지름길 같은데 잘되지 않는다. 건강한 삶과 행복한 생활로 이끌어 주는 칭찬의 힘은 다 알고 있는데…….

문득 나 자신의 일이 생각난다.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머리를 자르려고 미장원에 갔었다. 미용사가 머리를 막 자르려고 할 때 미장원 문이 열리며 여선생님 세 분이 들어오셨다. 그중에 나의 담임선생님도 계셨다.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시더니 머리를 자르러 왔느냐고 말씀하셨다. 함께 오신 선생님과 대화를 하시는데, 나를 굉장히 칭찬하셨다. 나의 담임선생님이신 이종숙 선생님은 서울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시골에 있는 우리 학교로 오셨는데, 굉장히 얌전하신 분이셨다.

본래 나는 욕심도 많고 매사에 침착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께 내가 모든 일에 착하고 행동거지가 조신하다고 칭찬하신 것이다. 나는 담임선생님께 모범생으로 찍혔으니, 정말 모범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나를 학습부장을 시켜 책 관리에 신경을 쓰게 하셨다. 우리 반에 몇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칭찬을 자주 받다 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나 보다. 나는 선생님을 미장원에서 만난 뒤 나의 행동이 변해 가는 것을 느꼈다. 공부에 대한 열성과 태도가 달라져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되고 있었다. 나는 중학교 3년간 다른 선생님한테도 착한 학생으로 인정을 받았다. 아마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학교의 교칙은 절대적으로 잘 지켜야 했다. 친구들이 가끔 극장에도 가고 빵집에도 갔지만,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결코 하지 않았다. 머리를 귀밑 1센티 이상 길게 하지 말라 하면 꼭 그대로 실천했다. 언제나 책이나 보며 잡담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부터 책을 가까이 한 것이다. 중학교 때는 『학원』이라는 월간지를 꼭 사 보았고, 고등학교 때는 『여학생』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현대문학』과 『사상계』를 매월 사야 직성이 풀렸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서는 여자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70여 명으로 한 반뿐이었다. 사립학교인 관계로 중학교 선생님이 고등학교 수업도 같이 하셨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같은 선생님이 3년간 담임을 맡으셨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을 맡으시던 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담임을 연속해서 맡으셨다. 그런데 친구들 간에는 몇몇 애들을 예뻐해서 선생님이 그렇게 담임을 맡으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창 사춘기인 여학생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전주로 이사를 오니 고등학교 친구들 몇몇이 매달 모였다. 나도 그 모임에 참석했는데,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나는 남편이나 아이들한테 얼마나 칭찬을 했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생각해 보니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칭찬보다는 훈계를, 남편한테는 장점보다는 단점을 말한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한테는 교육상 잘하면 잘한다고, 못하면 못한다고 한 것 같은데, 남편한테는 유독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나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건강한 생활을 한다는데. 이제는 조금쯤 변해도 좋으련만 왜 안 될까? 남편은 나와 다르다. 너무 칭찬이 넘친다. 잘 못 한 것도 잘했다고 하니, 도무지 어디에 기준을 맞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외국에 사는 큰아들과 며느리한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남편이 나의 글이 실린 동인지 『꽃밭정이 수필』과 월간지『참 좋은 사람』을 보냈나 보다. 아들과 며느리는 아끼지 않고 칭찬을 해주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칭찬을 왜 그리 인색했을까? 남편은 별나게 나의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나는 침묵으로 답한다. 그럼 옆에서 잘했다는 말이 나에게서 나오기를 기다린다. 당연한 일을 가지고 꼭 그렇게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겠느냐고 핀잔을 준다. 어쩌다 칭찬이 나오면 그렇게 좋아한다. 이제는 누구에게든 칭찬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하는 칭찬은 남이 볼 때 무슨 색깔일까? 무지갯빛일까? 아니면 금빛? 은빛? 좀 더 예쁜 색깔을 내면 좋으련만…….

요즈음 세상은 어떠한가? 남을 칭찬하기보다는 오히려 헐뜯고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김학 교수님께서는 첫 시간을 칭찬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은 숙제를 하지 못해서 난처할 때도 있다. 그래도 칭찬할 줄 아는 마음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기에 오늘도 나는 열심히 칭찬거리를 찾는다.

(2016.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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