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정월대보름 음식

2016.02.20 18:38

정장영 조회 수:33

사라져 가는 대보름음식

전주안골은빛수필문학회 정장영

정월 대보름이 어느새 또 다가왔다. 대보름 하면 으레 오랜 전통음식으로 오곡밥, 나물, 부럼 등이 있다. 귀밝이술 또한 잊을 수 없다. 그러나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오늘날은 풍요롭고 영양과잉시대다. 굶주리던 시대에 슬기롭게 기회를 마련하여 여러 가지 영양소를 보충했던 전통이었다 할까? 더욱 요즈음 젊은 부부들은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나이 많은 아내 덕으로 지금도 대충 챙겨 먹는 게 나의 정월 대보름날이다.

좋은 전통과 유래들은 제쳐두고 오곡밥에는 찹쌀에 검은콩, 팥, 수수, 차조가 빠질 수 없고, 진 채식용으로 햇볕에 잘 말린 고사리, 고비, 호박, 오이, 시래기, 다래 순, 곤드레(취나물)다. 좋다는 부럼(작절:嚼節)으로는 호두, 땅콩, 잣, 생밤, 은행 등이 있다.

한 예를 들어 찹쌀은 대장에서의 발효과정 동안 낙산(酪酸)이 생겨 대장암을 억제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준다. 검은콩은 신장과 방광을 튼튼히 하고, 비타민 E가 풍부하여 항(抗)산화작용을 해 노화방지에 도움을 준다. 팥에는 비타민 B1 결핍으로 생기는 각기병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고, 피로회복에 좋은 식품이다. 수수는 피 흐름(혈행:血行)을 개선시켜 장 기능에 도움을 주고, 위장을 보호해 소화를 촉진시킨 효과가 있다. 차조는 독이 없고 소화흡수가 잘되어 위와 비장을 튼튼히 하고, 식체(食滯)를 없애며 식욕부진을 치료한다.

돌이켜보니 한국전쟁 전 일이다. 칠십여 년 전이랄까! 그때만 해도 옛 풍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설은 집에서 지내고 대보름은 나가서 보내야 좋다는 속설이 있었다. 정월 한 달은 세배 드리는 설 분위기였다. 나 역시 어리석게도 그 속설을 믿었다. 외할아버지 내외께서는 이미 고인이 되셨으니 세배 겸 좀 가까이 계시는 외 종조할아버지 댁을 찾아간 일이 기억난다. 설은 지났으나 정월 대보름 안날 바람 끝이 매우 차가왔다. 그 추위도 잊고 한 나절을 걸어서 찾아 갔다. 할아버지 내외분만 살고 계셔서 매우 외로운 분! 극진한 대보름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1년 365일이 대보름이랄까? 건강과 의료에 집중되고 언제든지 골라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임금님께서도 겨울철 못 드셨던 사철 과일과 나물이 대중화되어 참 좋은 삶이다. 속된 말에 서민과 거지도 옛 임금님보다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수긍이 간다.

시골의 농산어촌에 삼희성(三喜聲)을 비롯해 사라져가는 게 한두 가지이겠는가? 과학문명이 도깨비는 물론, 우물, 뒤주 …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옛 것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모든 세상사에는 “링의 원리”도 있다지만 “필요에 의해 생기고 없어진다.”는 철칙이 있다. 하지만 조상들의 시의 적절한 슬기와 지혜만은 두고두고 간직하며 이어가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2016.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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