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성  자  :
  박영호 [] [회원정보보기] (2004-08-28 18:17:57, Hits : 136, Vote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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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캘리포니아의 꽃

캘리포니아의 꽃

누구나 다 그러했겠지만, 내가 이곳 캘리포니아로 처음 이민 왔을 때는 고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여러 가지 풍물들을 보고 무척 놀랬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어느 곳에나 각양 각색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을 보고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시절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잘 가꾸어진 공원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나 무더기 꽃을 볼 수 있었지, 시가지나 일반 가정집에서는 꽃을 보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나, 그리고 계절에 관계없이 수 많은 꽃들이 어우러져 피었고, 더욱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생소한 꽃들까지 많아서, 이 꽃들만으로도 가히 이곳을 지상천국이라고 하는 말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나는 그 꽃들을 바라보면서 새삼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오묘하고 신비한 손길에 찬사를 보내곤 했었다.
그러나 차츰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그 꽃들에 대한 탄성이 차츰 사라지고, 이곳 꽃들에 대한 정서가 예전 고국에서 느끼던 고국 꽃들에 대한 정서보다 오히려 더 무디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유인즉 이곳 꽃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노상 피어 있고, 또한 이곳 저곳 할 것 없이 너무 원색적으로 헤프게 널려 있는데다가, 더러는 거의 생화에 가까운 조화들까지 많이 섞여 있어서, 가끔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보는 습관까지 생길 정도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아서 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 이곳 꽃들에 대한 그 알뜰했던 감정을 차츰 잃어가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이곳 생활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또 나이를 자꾸 먹어가게 되니 자연 정서적으로 둔해지는 등 자연 이런 저런 이유들로 해서 차츰 관심을 잃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은 음식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처음 이곳에 와선 그 풍성하고 다양한 음식물에 탄성을 올리곤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옛날 고국에서 음식이 귀했던 시절에 느끼던 그 알뜰한 음식맛에 대한 향수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던 것처럼, 고국의 꽃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차츰 하나의 향수로 마음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나는 문득 이곳 꽃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발견해 냈다. 그 점은 다름 아닌 향기, 즉 이곳 꽃들에겐 향기가 아주 적거나 아주 없다는 것이다. 꽃들이 제아무리 모양과 빛깔이 곱다고 해도 향기가 없다면 그건 잘 만들어진 조화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어느 친지의 말을 빌리면, 이곳 캘리포니아엔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 꽃들의 향기가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증발해버려서 그렇지 향기가 없는 게 아니라고, 그리고 무디어져 가는 우리의 후각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아무튼 이곳 꽃들은 꽃이 지녀야 할 모양 빛깔 향기 중에서 꽃의 생명이나 다름 없는 향기에 무제가 있으니, 우리 고국 꽃들에 비해 확실히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겠다. 기실 눈을 감고 고국의 꽃들을 연상해 보면, 그 어느 꽃 하나 향기가 없는 게 없다. 봄철이면 그렇게도 어우러져 피던 진달래, 개나리, 철쭉, 벚꽃, 그리고 여름철이면 뭉개 구름이 피어 오르는 푸른 하늘 아래 무더기로 피어나던 피빛 칸나 그리고 다알리아 접시꽃 나팔꽃, 또 가을 철이면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그리도 지천으로 피어나던 코스모스와 각양각색의 국화꽃, 그 어느 꽃 하나 향기가 없는 꽃이 없다.
내가 캘리포니아 꽃보다도 고국의 꽃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가 향수에 젖은 탓만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꽃에서 이처럼 향기가 소중하듯, 우리 인간에게서도 가장 소중한 것은 꽃의 향기나 다름없는 바로 마음의 향기라 하겠다. 세련된 외모와 사회적으로 신분이 잘 갖추어져 있고, 거기에다가 물질적인 풍요까지 지니고 있다면, 남녀에 관계 없이 빛깔과 모양이 잘 갖추어진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기실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바로 늘 온화한 성품과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는 그런아름다운 마음-마음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재정적으로 풍부하고 사회적 신분이 잘 갖추어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녕 그러한 마음에 향기가 없다면, 빛깔과 모양만으로 한 계절을 풍성하게 피었다가 지는 캘리포니아 꽃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여인으로 치더라도 그렇다. 아름다운 미모와 남의 눈길을 끄는 몸매만으로는 참된 미인이라 할 수 없고, 빛깔이 덜 요란하더라도 순박한 들꽃처럼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는, 그래서 늘 곁에만 있어도 기분이 좋은, 그리고 누구에게나 포근하고 풍성함을 느끼게 하는, 마치 어머니 같고 누나와도 같은, 그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여인이 참된 미인이라 할 수 있을 겄이다.
미의 본질이 조화에 있다고 보더라도 역시 인간의 아름다움이란 세련된 외모와 아름다운 마음이 잘 조화되어야만 참된 미인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정말 품성이 고결하고, 성직자는 아니더라도 속세의 때에 별로 물들지 않은 깨끗한 영혼, 그 영혼의 향기까지도 함께 지닌 사람이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내 주변에는 이런 마음에 향기나 영혼의 향기를 지닌 사람들이 많고, 나는 이런 사람들을 돈 많고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 보다 더 좋아하고 부러워 한다.
나는 아직 그런 영혼의 향기나 마음의 향기는커녕, 그럴싸한 빛깔이나 모양마저도 지니지 못한 주제에 감히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조차도 염치없는 노릇이만, 그래도 여기까지 생각만이라도 미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노릇인가?
그리고 지금은 모양도 빛깔도 향기도 없이 살아가지만, 그래도 스스로 덕을 갖추고 노력해 가면, 모양과 빛깔은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는 조금은 지닐 수도 있게되지 않을까 하는 염치 좋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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