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페이스
2012.08.17 17:12
포커 페이스
이월란(2012-8)
자, 게임을 계속할까요
다이아몬드 안에서 벌어지는 백구의 향연만큼이나
붉은 하트를 꺼내드는 외과병동의 수술실만큼이나
네잎 클로버가 지천인 언덕을 구르던 꿈속만큼이나
즐거운 승부
끝장을 볼 것만 같은 사각 테이블 위로
게임의 횟수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당신의 마음은
스페이드의 검은 심장처럼
살아있던 패를 한 순간 뒤엎어도
끗수를 감추고 사는 저 많은 사람들처럼
나의 행운을 점쳐보진 마세요
패를 섞고 돌리기 전에 만져보아요
잃어버린 조커의 얼굴을 그려보아요
노점상도 행인도 없는 이국의 거리처럼
털어 놓지 못해 품고 사는 열 손가락 사이로
게임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검은 안경과 모자 따윈 벗어버리고
이제, 당신의 얼굴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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