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다

2009.03.28 03:08

이영숙 조회 수:43

타임머신을 타다


동짓날 기나긴 밤보다 더한
시계의 짧은 바늘이 열네 바퀴 돌 동안
온통 깜깜했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어제인
뒤죽박죽된 시간 속에
십년 전으로 돌아가 내가 있다
강산도 변하는 시간을
타임머신은 모두를 뒤집어 놓았다

반갑게 맞이하는 내 집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지 않았다
내 손때가 그대로 인
부엌살림 만지며 하나씩 뒤지는데
열일곱 살 딸이 언제 일곱 살 되어
내 치마 끌어당긴다

만나는 얼굴들에도 십년 전 그대로
할퀴고 지나간 세월이 나에게만 있다

걱정도 없다
아픔도 잊었다
그 치료제 타임머신이 건네준 선물

삼주의 시간이 지난 후
타임머신은 내 앞에 나타나 나를 부른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
그곳에 그냥 머물게 놓아두라고 소리 질러도
애원해도
딸이라는 이름의 굴레 쉬워 끌고 온다

다시 한 번 앞도 뒤도 맞지 않는 시간 보내고 나니
기다리던 아픔이 나를 찾아온다
곱게 화장한 눈물도 나를 맞이한다

1/1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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