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 가던 날

2013.08.14 05:16

이주희 조회 수:41

마켓 가던 날 / 이주희
주차하려는 자리 웅크린 지뢰 빈 병에 숨어 있다 다른 곳에 차대고 내려서자마자 운동화 밑창 잡고 늘어지는 껌 아무렇게 벗어던진 껌 싸게 모양 널려 있는 쇼핑카트 하나 밀며 간다 스치는 옷깃 인연 안녕하세요 다른 곳만 쳐다본다 순대 포장한 것 없나요 고개만 젓는 묵언수행 아줌마 하마터면 쌀 사는 것 잊을 뻔했네 되돌아가 깨까지 챙겨 담아 계산대 앞에 서서 도마뱀 꼬리 끊듯 짧은 줄 만드는데 방금 돌아선 아가씨 뒤통수에 어디대고 반말이야 세게 여닫는 돈 통 소리 빨리 저녁 지어야지 서둘러 차 안에 옮겨 넣는 찬거리 임종 보러 가시나 급정지 바퀴 비명 미안한 꾸벅도 없어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두 낯익은 모습 나도 전에 다 해 본 것 같다 잊어버려서 그렇지 -(소리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