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쓰는 작은 수필론

2016.04.09 12:54

윤요셉 조회 수:150

수필로 쓰는 작은 수필론                    

  -유비추리(類比推理;analogy)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최근에 잇몸이 부어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여태 그러한 적이 없었건만, 양쪽 어금니 부위의 잇몸이 부어 물집이 생기는 등으로, 음식물도 제대로 씹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보다 못한 아내는 약국에서 잇몸약이라면서 한 통을 사다 주었다. 호기심으로 인해 그 약의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글쎄 주성분이 옥수수 추출물이라고 적혀 있지 않겠나. 여러 텔레비전 채널에서 시도 때도 없이 광고하는 인사돌이란 게 바로 옥수수 잇몸(?)이라니! 그렇다면 굳이 돈 주고 잇몸약을 사 먹을 필요도 없다는 말이렷다. 사실 그 인사돌은 프랑스의 어느 제약회사에서 최초로 개발하였으며,지금은 프랑스 보건 당국이 그 제약회사가 치아질환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약품 허가까지 취소한 상태라고 한다. 비전문가인 내가 국내 제약화사들이 버젓이 시판하는 그 약의 약효 많고 적음을 따질 생각은 전혀 없다. 대신,옥수수에서 우리네 치아치료제를 추출해낼 생각을 최초로 한 어느 프랑스인의 그 유비추리력 내지 유추력에 감탄할밖에. 대체로, 옥수수는 250여 개의 알들이 촘촘하게 그리고 튼튼하게 그 옥수수 속대궁에 박히게 된다. 그렇게 박힌 알들은 그 생김새조차도 우리네 이빨 같으니, 그 알들을 제대로 지탱하는 속대궁(?)이야말로 우리네 잇몸 같은 존재 아니냐고? 당연히 그는 우리네 이빨과 잇몸에 유용한 성분이 옥수수 잇몸에 들어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아가서, 옥수수의 원산지였던 마야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빨이 튼튼했을 거라고 추론할 수도 있지 않겠나.

     여기서 잠시! 이야기 순서가 다소 바뀐 듯하지만,유비추리의 개념에 관해 더듬고 넘어가는 게 순리인 것 같다. 철학적 풀이는 이렇다. A b,c,d,e이다. B b,c,d. 해서, B e이다. 이를 좀더 쉽게 설명한 예가 있다. 지구에는 생물이 있다. 화성은 여러 점에서 지구와 유사하다. 화성에도 생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유추는 무얼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유추의 목적은, 알려진 것을 통하여 알려지지 않는 것을 설명하고자 함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민간요법 가운데도 유추의 산물(産物)이 제법 된다.

첫째,바람받이 , 바람이 드센 고갯마루에 선 소나무의 잎이 약이 된다고 하였다. 바람등살에, 말 그대로 바람 가운데(中風)에서 제대로 쭉쭉 자라지도 못하고 비비 꼬여 자라는 소나무의 잎이 중풍(中風)에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청년기에 와사풍[窩斜風; 양의(洋醫)들은 안면신경마비라고 한다.)을 앓은 적 있고, 내 어머니는 온갖 좋다는 약을 다 구해 오곤 하였다. 노구(老軀)를 이끌고 바람받이 소나무 가지에 올라 솔잎을 따와서 그것들을 솥에다 찐 후 베갯속으로 써서 나더러 그 베개를베고 누우라고 일렀다. 와사풍이 곧 바람[]이니, 바람받이에 서서 바람 에 쓰러질 듯 결코 쓰러지지 않는 솔의 잎으로 중풍을 다스릴 수 있다는 추리. 사실 중풍(中風)이니 뇌졸중(腦卒中)이니 하는 병명이 시사하는 바, 거센 바람 가운데 서 있는 환자가 쓰러지지 않으면 사는 것이고, 바람에 굴해 그만 쓰러지면 죽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둘째, 어느 제약회사에서 시판하는 후끈후끈 파스의 주성분은 고춧가루라고 적혀 있었다. 먹으면 속이 따가울 지경으로 매운 고춧가루가 근육통 등에도 자극을 주어 통증을 완화할 것은 뻔하다. 이 약 또한 개발자의 유비추리 산물인 듯하다.

  셋째, 과일 가운데 모과(木瓜)는 목(기관지)에 좋다고 한다. 우리네가목과로 읽기에 딱 좋도록 木瓜로 써놓고서 모과로 읽지 않느냐고? 사실 대학 재학 시절, 수목학을 강의하셨던 은사님은 그걸 알려 주었다. 목에 좋은 과일이라 하여 목과로 불렀던 것이 모과가 되었다면서.

  넷째, 해구신(海狗腎) , 수컷 물개의 거시기가 정력에 좋다고 한다. 사실 연적(戀敵)들과 싸움에서 이겨 패권을 누리는 수컷 물개는 거의 온 바다의 암컷 물개를 독차지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그러한 물개의 거시기를 정력제로 먹게 되면 . 이 또한 유추의 산물이다.

  다섯째, 뱀이 정력제라고 한다. 나는 유년시절에 읍내 5일장에 간 적이 있다. 으레 뱀장수가 그곳엔 있었다. 그는 뱀의 배를 맨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레퍼토리는 늘 이러했다.

  어른들만 남고 애들은 가라. 이 살모사 한번 먹어 봐. 이 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거시기가 두 개인데, 마치 우산을 펴듯 거시기를 빼내어 암컷 거시기에다 집어 넣어. 그리고는 우산처럼 생긴 이 하얀 거시기를 펴고 말어.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암컷 질벽(窒壁)에 창처럼 꽂히지 않겠어? 그래서 24시간 동안 교미를 해. 그것도 부족하여 새로 이렇게 나온 거시기를 교대로 집어 넣어. 그러면 다시 24시간이야. 통틀어 48시간을 한다구.

   그는 탕()의 격에 관해서도 덧붙였다. 성교(性交) 시간과 맞물려져 있다고 했다. 토끼는 탕이 결코 될 수 없다고 하였다. , 토끼탕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하였다. 수토끼는 암토끼 잔등에 오르자마자 사정(射精)하고 말기에 그렇단다. 어쨌든,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처럼 신기한 살모사의 거시기를 맨 처음 보았고, 여태껏 두 번 다시는 본 적 없다. 

  여섯째, 진득진득하고 흰 색을 지닌 음식이면, 거의 다 정력제이다. 그대표적인 음식이 마[]. 마는 점액질이고, 칼로 깎으면 흰 색을 띤다. 정액(精液)을 연상하기에 충분하지 않냐고? 상추, 씀바귀, 민들레 등에서 나는 우윳빛 점액질도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일곱째, 미나리가 복어를 만나면, 숙취해소 등 해독작용을 한다고 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미나리는 더러운 수채에서도 잘 자란다. 혼탁한 물에 녹아 있는 온갖 독성물질을 스스로 녹여 섭취하기에 그처럼 잘 자랄 것이다. 한마디로, 자정(自淨)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네 몸 속에 녹아 있는 독 성분도 녹일 것이다. 이 사항은 나의 유추력이 한껏 보태졌다.

 여덟째,은행알과 은행잎의 추출물은 장수(長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나무 가운데 역사가 가장 깊다는 은행나무. 유추력 뛰어난 그 어떤 이가 화석(化石)으로도 남아 있다는 은행나무의 그 긴 수명을 허투루 보지 않았음을 지금의 내가 유추해낼 수 있다. 그는 기어이 노화억제물질을 은행알과 은행잎에서 추출하게 이르렀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그에게 질세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으로 알려진 주목(朱木)한테서 장수에 효험이 있는 물질을 못 찾아냈겠냐고? 실제로 어떤 연구진이 주목으로부터 항암물질을 찾아내었다지 않은가.

 아홉째, 인동초(忍冬草)는 이뇨제(利尿劑)로 쓰인다. 그 누군가는 인동초 꽃내음에서 어떤 영감을 최초로 얻었을는지 모른다. 내가 종종 맡아본 바, 인동초 꽃내음은 오줌 지린내가 나곤 하였다. 오줌내음이니 시원한 소변을 떠올렸을 테고,오줌소태를 잇달아 떠올렸을 테고 .

열 번째,사슴의 뿔이 몸에 좋다고 한다. 알려진 바, 수사슴의 양기(陽氣) 80일이 지나면 사타구니의 거시기에서 머리 끝으로 올라가서 우람한 뿔로 화()한다. 왜 그렇게 하겠냐고? 녀석들은 보다 아름다운 뿔을 지니게 되면, 암사슴들한테 잘 보이기도 하려니와 연적(戀敵)들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테니까. 암사슴들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수사슴들의 겨룸을 한껏 즐긴다. 그들이야 피가 터지든 살이 찢기든 아무런 상관도 않는다. 암사슴은 오로지 용맹하고 힘센 짝만 찾게 된다. 우수한 씨를 받아 훌륭한 2세를 얻고자 함이다. 우리네 인간은 그러한 수사슴의 뿔을 댕강 잘라 먹게 되니, 그 힘 어디 가겠냐고?

끝으로,수목의 가지 등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몸에 무척 이로울 거라는 점. 겨우살이  겨우겨우 산다는 뜻도 지녔지만, 겨울을 낸다는 뜻도 지녔을 테니 . 우리네 선조들은 겨우살이를 통해 골골대며 백 년을 왜 생각지 않았겠냐고?

 이밖에도 유추의 덕분으로 얻은 약제 등은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부지기수일 테지만, 이쯤에서 줄이자. 대신, 나는 이 글을 통하여 독자님들께, 기성수필가님들께, 수필작가 지망생들께 진정으로 하고픈 말이 딱 하나 있다.

 모름지기, 작가는 유비추리에도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 문리(文理)가 트인 사람이어야 한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69
어제:
203
전체:
23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