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생

2016.04.26 14:34

이수홍 조회 수:151

백세인생

안골노인복지관 수필반 이수홍

인생은 참 허무하다. 우리 아버지는 이순(耳順)을 넘기지 못하고 몹쓸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큰형님도 그랬고, 둘째형님은 면사무소 서무계장으로 있다가 스물아홉 살에 여순반란사건으로 인하여 총을 맞고 돌아가셨다. 셋째형님도 면사무소에 근무하다가 이순을 몇 년 남겨두고 폐암으로 저 세상으로 가셨다. 넷째형님은 금년 여든다섯 살이고 나는 여든 살이다. 할아버지는 칠십 세, 할머니는 팔십 세를 넘어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와 형님 두 분이 병환으로 일찍 돌아가시니, 시골 동네 사람들은 단명의 집안이라고들 했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았다. 그렇다고 혼인 줄이 막힌 일은 없었다.

아버지와 큰형님의 병환은 지금 같으면 충분히 나을 수 있는 병이었다. 아버지가 위장병이 발생했는데 체(滯)를 내리는 사람을 불러 배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하다가 병원에 입원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집에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 큰형님은 화장실에서 하혈을 하셨는데 위산과다에 먹는 소다를 먹다가 입원하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위내시경을 하면 바로 병명을 알 수 있고,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이었다.

1992년에 넷째형님의 회갑이 왔다. 그때 형님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식당을 경영하면서 돈을 잘 벌고 있었다. 나와 우리 집안 큰조카(큰형님의 큰아들)와 넷째형님의 아들과 상의를 했다. 우리 집안에서 회갑잔치를 한 사람이 없으니 형님의 회갑잔치를 성대히 치르자고 했다. 장소를 잠실에 있는 롯데호텔연회장으로 정하고 예약을 하러가서 뷔페음식 시식을 하는 등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 1인분이 5만5천 원짜리였으니 그때는 최고급이었다. 가족대표 인사는 내가 하고, 노래도 부르고 흥겹게 잔치를 잘 치렀다.

요즘 백세인생이란 노래가 뜨고 있다. 작곡가 김종완이 작사 작곡을 하고 가수 이애란이 부른 노래인데, 가사가 아주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현실에 맞고 가슴에 와 닿는 가사에 곡도 배우기 쉬워서 더욱 인기가 높다. 무명가수이던 이애란이 일약 명가수가 되었으니 얼마나 많이 유행하는지 알 수 있다. 송해가 사회를 보고 일요일 KBS-1에서 방송하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이애란이 초대가수로 나오는데, 송해가 요즘 많이 뜨고 있다고 소개를 하여, 다른 초대가수 못지않게 뜨거운 박수를 받는 것을 보았다.

2월28일 서울에서 친척집 결혼식이 있어서 가고 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실에 들렸더니 스피커에서 계속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노래가 얼마나 많이 뜨는지 알 수 있었다.

큰형님이 살아계시면 금년에 100세다.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백세인생 노래를 함께 불렀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하면 눈물만 앞을 가리니 이런 생각은 그만 해야겠다. 한 분 살아계신 형님이 백세인생 노래를 부르면서 백세까지 사시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는 회갑잔치를 했을 때보다도 더 멋진 잔치를 마련해드려야겠다.

백세인생d이란 노래나 한 번 불러 보자.

“1.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 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 간다

2.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텐데 또 왔냐고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백 오십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있다고 전해라.

아리랑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216.4.25.月.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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