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위대한 달

2016.04.29 18:35

최기춘 조회 수:39

4월은 위대한 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최기춘

4월은 위대한 달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의 ‘황무지’ 라는 시에서 4월을 역설적으로 잔인한 달이라 한데서 비롯되어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4월은 위대한 달이다. 4월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속에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만물이 생동하는 역동적인 계절이다. 날마다 꽃들이 새롭게 피어나고 죽은 듯이 서있던 나무들도 경쟁하듯 저마다 잎을 틔우며 또 하나의 나이테를 만들어 나간다.

청명과 곡우의 절후로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듯 만물이 새로운 희망으로 도약하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4월에는 역사적으로 큰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1919년 4월 13일 임시정부수립, 1948년 4월 3일 제주항쟁, 1960년 4월19일 민주혁명과 2016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혁명일이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큰 이변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새겨보고 또 새겨보면, 절묘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4월 13일 오후 여섯시, 기원에서 바둑을 두던 사람들이 모두 두던 바둑들 중단하고 TV 앞에 서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함성을 질렀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며 개표방송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론조사가 엉터리였음이 출구조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개표방송 TV를 보는 게 바둑을 두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두던 바둑을 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개표방송을 보던 중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둘째아들이 전화를 했다. 아버지, 개표방송이 재미있으시죠? 몇 번 채널이 더 빠르고 재미있어요? 아들은 신바람이 났다. 새벽 세시가 넘도록 문자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개표방송을 봤다.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통쾌한 국민의 승리였다.

선거가 끝난 뒤 국민들의 표정도 밝고 행복해 보였다. 택시를 탔더니 택시기사가 먼저 선거결과를 이야기하며 즐거워해서 덩달아 즐거웠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하는 대화도 즐거움이 넘쳤다. 요즘은 종편을 봐도 재미가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선거일 전에는 대통령이 빨간색 옺을 입고 선거에 민감한 지역을 순방하는 모습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땅바닥에 남작 엎드려 앵벌이처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새누리당 나팔수 노릇에 앞장섰던 모습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으니 그럴만하다. 종편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공영방송까지 경쟁적으로 탈북자 관련 뉴스와 북한군의 불을 뿜는 사격장면과 미사일 발사광경을 시도때도 없이 보도하는 바람에 뉴스를 보고 싶지 않았다. 언론이 바르게 보도하여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함에도 정부와 집권여당의 편에서만 보도하여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앞으로는 이런 작태들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그런 상투적인 꼼수에 더 이상 속지 않을 만큼 성숙해 졌음을 알았으리라.

이제는 위대하고 절묘한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간 소외시켰던 지역과 인사들을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고, 새로운 국회와 소통하는 정치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를 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민심의 소재를 잘 읽었을 것이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지지만으로 표를 얻는 시대는 끝났다. 진박, 비박, 탈박타령을 하며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시켰다가 피박 쓰는 모습을 똑똑히 봤을 테니 말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 20대 총선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대화와 협력으로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정치로 바뀌면 4월은 더욱 위대한 달이 될 것이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47
어제:
203
전체:
231,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