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숨소리<토요연재10>
2009.06.05 14:27
얘기는 방향을 틀어 갑자기 자기 신세한탄으로 들어갔다.
“왜 나는 내 가족을 모두 교통사고로 잃어야만 하니?”
그러고 보니 강애경의 부모도 애경이도 모두 교통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담 이민우도 아들도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인가?
집안엔 이민우의 그림자는커녕 흔적조차도 없다. 다른 여자한테로 가버렸을까 하는 상상을 너머 그가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밀려왔다. 나는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그녀에게 엎어지고 말았다. 점점 강미경에게 빠져들면서 그녀를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진심이었다. 강미경이 머지않은 날에 꼭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니 건강이나 챙기세요. 다 지나간 일, 지금 와서 그렇게 가슴 아파하면 건강에 해로워요. 벌써 이십오 년이나 세월이 흘렀잖아요.”
강미경은 내가 햇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지 눈을 한번 크게 떴다. 얼굴에 온통 눈뿐이었다.
“그렇지. 다 지나가버린 일, 생각해서 뭐 하니. 그보다 더한 일도 겪었는데...”
그보다 더 한 일이라니? 이제야 그 사연들을 풀어놓을 모양이었다. 내게 ‘꼭 해야 할 말’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리고 이민우의 안부를 내가 먼저 물어야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계속 이렇게 함구하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는 잘 있느냐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묻는 안부처럼 그렇게 말했다. 강미경은 나의 질문을 기다리기라고 한 듯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한 마디를 뱉어냈다. 내 짐작은 적중했다.
"죽었어. 십이 년 전에.“
그리고는 말을 끊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목소리와는 반대로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내 감정의 변화를 살피는 듯해 좀 불편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눈빛이 내 얼굴을 찌르는 듯해 기분이 나빴다. 남편이 죽었다고 하니, 위로의 인사를 던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난 정말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통 감이 안 잡혔다. 침묵이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교통사고였어요?”
강미경은 “아니”하고 한마디로 잘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뒷말에 나는 누군가가 무거운 둔기로 내 정수리를 내리치는 듯하는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이민우가 그렇게 죽었다.”
그렇게 죽다니? 소설에 첫머리에 나온 그것이 이민우의 죽음을 그린 것이란 말인가? 그렇담 이민우가 목을 매고 자살을 했다는 말이 아닌가? 놀라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남의 얘기를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워낙에 큰 사건이라 미국신문에도 나고 한국신문에도 났었는데 못 본 모양이구나. 처음엔 떠들썩했는데 벌써 십이 년 전 일이니까 지금은 다 잊혀졌을 거야.”
미국신문을 보기는 하지만 내게는 금시초문이었다. 또 미국남자와 결혼하여 나는 그 동안 한국사회와는 차단되어 있었다. 남편 때문만은 아니다. 내 자신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기가 싫었다. 최근에야 한국신문을 보기 시작했으니 그 전의 뉴스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강미경을 만나게 된 것은 한국신문 덕분이지만 그의 죽음은 몰랐던 것은 오히려 다행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가가 목을 매고 자살을 한 것이 신문이 떠들석할 정도로 큰 사건이 될 수는 없다. 워낙 큰 사건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니 그 뒷면에는 반드시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강미경은 얘기의 골자는 쏙 빼놓고, 이민우가 나쁜 놈이라는 말만 잔뜩 늘어놓았다. 주제를 탁 던져만 놓고 사람의 관심을 끄는 그녀의 화법, 애경이가 늘 비방하던 바로 그 수법이다. 그러나 나는 ‘이민우가 왜 목을 맸을까’ 하는 의문을 가슴 가득히 채우고 그 해답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민우가 그렇게 나쁜 인간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였어. 거기에 나도 넘어갔지만 말야. 남을 비평하고 중상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비인간적인 면은 몽땅 다 가진 그런 인간이었다고. 그리고 진실하지가 못해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어.”
시작부터 그녀는 이민우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못 했었다.
“이민우와 살면서, 그가 철저한 악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사람이 그토록 악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랄 지경이었어. 그에겐 양심이라는 것이 조금도 없었어. 그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왜 내가 이민우하고 계속 살아야만 했는지 지금 생각하니 참 한심해.”
그들이 알콩달콩 재미나게 아주 잘살고 있다는 말을 애경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또 떵떵거리며.
삼십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나는 그 말을 명확히 기억한다.
어쨌든 자신의 남편이었던 이민우, 이미 죽어서 사라져버린 시람인데도 강미경은 그를 계속해서 짓이겼다. 더구나, 그는 자살을 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기가 잘못한 일만 생각 나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아내들이 많다는데 그녀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 같았다. 망자에 대해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도, 죽은 사람은 다 용서가 된다는 말도 거리가 멀어 보였다.
워낙 큰 사건이라 신문에 대서특필이 된 것도 그렇고, 죽은 남편을 계속 죽이고 있는 그녀의 태도로 보아 그 뒤에는 애경이의 죽음처럼 분명 무슨 흑막이 가려져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민우는 대를 위해 소를 무참하게 죽여가면서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비열한 짓도 서슴치않고 자행했다. 중소기업들을 기묘한 수법을 써서 하나 둘씩 망하게 한 다음 회사를 인수했다 그의 사업은 계속 번창했다. 밀려드는 주문의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중국에다 공장을 차렸고, 또 버지니아에 회사를 확장하여 사업을 벌였다. 젊은 나이에 두 어깨에 날개를 단 이민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저 높은 곳의 전능하신 분과 맞먹을 듯이 그는 계속해서 날아올랐다. 그는 영혼의 소리인 양심을 송두리째 빼놓은 채, 오래된 어두운 습관 속을 질주했다. 욕심이 양심의 소리를 짓눌러 버렸었다. 그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돈과 섹스에 두고, 오직 자기 자신의 쾌락에만 몰두했다. 일단 궤도에 오른 사업은 그냥 두어도 저절로 굴러가듯 돈덩어리는 눈덩어리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황금의 빛은 그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애욕의 불은 검은 그을음을 만들었다. 그렇게 태평성대를 누리다가 사업이 점점 사그러드는 계기가 온 것이었다. 경쟁업체에서 성능이 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여 가격 또한 더 싸게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거기다가 세금 포탈 문제까지 드러나 어마어마한 추징금까지 물어야만 했다. 양심이 빠져버린 이민우의 돈덩어리는 눈덩이에 불과한 것, 서서히 녹아 없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는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든 간에 자기 목적만 달성하면 되었고, 돈만 아는 죽일놈이라고 욕을 먹어도 안색 하나 안 변하는 인간이었어. 나중에 사업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니 인간성이 더 포악해지더라고. 그런 경우에는 사람이 수양을 하게 되어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도 있건만 그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어. 오죽하면 자기 부모에게도 그렇게 불효를 했을까.”
이민우는 한국에 있는 부모형제에게도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이 미국으로 우루루 몰려올 수도 있었지만 이민우는 가족을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녀간 적도 없었다. 강미경은 이민우의 부모 얘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그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내게 확인시켰다.
“내가 이민우 몰래 생활비를 근 십 년을 부쳤어. 큰돈을 요구할 때는 부사장한테 부탁을 했었어. ‘시’자 붙은 사람들, 나중엔 정말 진저리가 나더라. 어찌나 아우성을 치는지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았어.”
그리고 화제는 아들에게로 옮겨졌다.
“부모형제나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렇다고 쳐. 그런데 자기 친자식한테 어찌 했나 알면 너도 놀랄 거야.”
이상하게도 이민우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제이슨을 첨부터 미워했다고 한다. 제이슨 역시 아버지를 무서워하고 또 싫어해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 왜 그러고 사느냐” 면서 이혼하라고 졸라댔다. 아빠로부터 도망가자고 했다. 세월이 갈수록 부자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빠지고 말았지만, 반항으로 맞서야 할 아들이 그래도 아버지에게는 복종을 했다고 한다.
“사람이 그렇게 포악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자기 자식한테 말야. 한번은 골프채를 휘두른 적도 있어. 제이슨이 잽싸게 아버지 팔을 꺾었길래 망정이지 안 그랬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그래도 제이슨은 별 탈 없이 넘어갔어.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무서워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산 거지. 생각하면 내가 너무 가슴이 아파. 나 역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고. 그런데도 우린 남들 앞에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처럼 연극을 했단다. 내 건강은 자꾸만 나빠지고 세월이 갈수록 그의 행패에는 가속도가 붙었어.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바보가 돼 갔나봐.”
이민우 얘기를 시작하고부터는 말의 두서가 없었다. 순서도 뒤죽박죽이 돼 가며 그 일관성을 잃어갔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민우를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이상했다. 아들 얘기를 할 때는 더 그랬다.
어릴 때부터 괜히 미워해? 친아들을? 꾹 참고 복종하면서 꼼짝 못했는데도 아버지가 골프채를 휘둘러?
그러나 그냥 그대로 다 믿어주고 무슨 얘길 하든, 무슨 부탁을 하든, 지금 상황에서는 다 들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강미경은 그녀의 암울했던 결혼 생활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여자 문제로 인해 가정불화가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딴 여자와 섹스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바보스러웠고 한심스러웠다. 그것도 한 두 여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내가 예감했던 이민우의 바람기가 그대로 실현된 것이었다.
옛날, 덕수궁 숲속에서 이민우가 뱉었던 한마디가 갑자기 뇌리를 스쳤다. “한세상 살다가 썩어 없어질 몸, 섹스나 실컷하고 죽어야지...”
그러나 나는 그때, 그런 말을 듣고도 한마디 대꾸도 못 한 채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숨통이 막혀버릴 것 같은 압박을 느끼며.
이민우의 여자 편력은 세월이 갈수록 더욱더 심해졌다. 결국은 금발의 미녀를 아예 작은마누라로 들여앉혀 공공연히 두 집 살림을 했다. 이러한 아버지를 제이슨은 증오했지만 다 참고 넘겼다. 아들은 큰 키와 우람한 체격으로 학교의 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공부 머리 또한 뛰어나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또 엄마를 지극히 위하는 효자였다. 아버지가 몫까지도 아들이 다해 주었다. 회상에 젖어 제이슨이 얼마나 자기한테 잘 했는가를 이야기할 때, 언니의 표정은 행복했다. 꿈을 꾸듯 눈을 지그시 감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며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 그 표정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이민우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면서부터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강미경은 더 이상 남편과 살 수가 없었다. 이제는 이혼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그녀는 여행을 떠났었다. 사건은 여행 중에 일어났다. 아들이 열일곱 살이 되던 해였다.
이민우는 자신의 대저택, 아들과 아내가 살고 있는 집, 차고 천장에 목을 맸고, 이를 맨 처음 발견한 제이슨이 끈을 풀고 아버지를 바닥에 내려놓은 것이었다. <계속>
* 아래는 글마루에서 옮겨온 댓글들입니다.
달샘 : 니코스님. 미단이. 등등 우리 글마루 회원들이 다 대단하다고 칭찬들을 하드라. 이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 졍말 자살했을까? 땀에 손을쥐게하네. 인생에 진정한 행복은 뭔가 생각하게 하는 가을 밤이다. 언니. 09.10.17 12:30
┗ 김영강 아직도 머언--, "신의 숨소리"가 글마루 회원들께 화제가 되고 있다니 저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계속 퇴고 중이니 앞으로 더 화제로 떠오르는 소설이 되도록 전심전력. 의도적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인생과 운명, 그런 것들이 자꾸 얽혀드네요. "땀에 손을 쥐게 하는" 거꾸로의 표현이 더 스릴이 있습니다. 09.10.18 15:03
미단 : 더 슬픈 얘기가 나올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인간은 얼마만큼의 비극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09.10.17 13:04
┗ 김영강 더 슬픈 얘기가 나올 것 같다는 미단 님의 예측, 맞습니다. 참 비극입니다. 그래서 강미경이 그 비극을 견뎌낼 수 없어, 환상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요? 09.10.18 15:07
오드리 햇반 : 김영강 선생님,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올려주시는 소설, 너무 감사합니다. 죽은 사람한테 남아있는 분노의 실체가 과연 무엇일까...생각하게 하는 토요일 밤 입니다. 09.10.18 14:52
┗ 김영강 "죽은 사람에게 남아 있는 분노의 실체", 참 근사한 문구입니다. 제가 써먹어도 되겠습니까? 09.10.24 14:15
┗ 오드리 햇반 무슨 대단한 문구도 아닌데~에구 챙피합니다. 김선생님 소설읽다 든 생각이지요 09.10.22 05:08
┗ 김영강 써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말씀이 없네요. 사후 승인 바라고 11회 끄트머리쯤에 우선 써먹었습니다. 만약 제거를 원하시면 당장 알려주시와요. 09.10.24 14:23
발광머리 앤 : 죽음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이로되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군요. 어떻게 사느냐 만큼 중요한... 걍,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사람의 몸에 뼈가 마르고 피가 마르지요. 강미경을 휘감고 있는 분노와 고통... 가슴 아픕니다. 다음 토욜이 기대됩니다, 선생님. 09.10.23 01:12
┗ 김영강 강미경... 발광머리 님의 말씀대로 슬픔과 고통이 극에 달한 삶 때문에 뼈와 피가 다 말라버렸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정신도 말라가고 혼도 나가버렸겠죠. 이제 두 번 남았습니다. 계속 기대해 주세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09.10.24 14:50
제 11회
“이민우가 그렇게 죽었다.”라고 강미경이 토로하기 시작했을 때, 불현듯 소설에 그려진, 애경이가 목을 맸다는 그 허연 히터 시스템이 떠올라 나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창작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보고 느낀 그대로 묘사를 해놓은 듯이 생생히 현실감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톰으로부터 애경이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웨스턴 길을 따라 피코를 지나 한참 남쪽으로 내려가,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흑인지역의 오래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해 층계를 딛고 올라갈 때 느꼈던 가슴 섬뜩함, 지옥을 향하는 통로 같았던 어슴푸레한 복도, 애경이가 목을 맸다는 천정에 붙은 손목 굵기의 울퉁불퉁한 납덩이의 파이프... 그리고 고개를 약간 모로 돌린 채 방바닥에 반듯이 누워 있는 애경의 시체, 목에 선명하게 그려진 불그스름한 흔적, 푸르스름한 색깔이 약간은 얼룩덜룩하게 퍼져 있는 쭉 뻗은 두 다리. 목을 맬 때 사용했다는 샛노란 끈.
그런데 현실에서의 애경이는 프리웨이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소설에서의 애경과 현실에서의 이민우, 이 두 죽음이 “그렇게 죽었다.”는 같은 점이 있었으나 그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강미경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현장은 이미 깨끗이 치워진 다음이었다.
사건 이후 바로, 남편의 여자 쪽에서 소송을 걸었고 검찰 측에서도 제이슨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끈질기게 사건을 물고 늘어졌다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사건 이후, 아들 이야기가 시작되는 대목에서부터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어 나는 아찔아찔했다. 애경이 얘기를 할 때보다도 더 심하게 떨었다. 우는 것도 힘들고 지쳐보였다. 허약한 육체가 목소리에 울려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갈라지고 마른 가슴 한구석에서 오래 응고되어 있던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그녀는 피눈물을 쏟고 있었다.
차라리 저렇게 눈물로 쏟아버리는 것이 나으리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다 쏟아버리면 조금은 가슴이 후련해질 것이다.
나도 옛날에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렇게도 많이 울었던가? 울음을 뱉어내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그 가슴을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리면서. 허나, 그녀는 지금 내가 옛날에 흘린 것과는 다른 핏물 같은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럴 때 나는 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 하나? 그녀는 흐느끼는 동작을 멈추고 아들이 절대로 범인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엄마의 직감으로 아들은 절대로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강미경은 안다. 남편은 분명히 자살을 했다. 사업도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었고 무절제한 생활로 인해 건강상태도 안 좋았었다. 그것은 시체 검증에서도 밝혀졌다.
자살을 하려면 자기가 기거하는 그 여자네 집에서 하지 왜 하필이면 가뭄에 콩나듯 들여다보던 아들이 있는 집엘 와서 일을 저질렀는지, 속에서 불이 날 정도가 부아가 치밀었다.
잠깐 숨을 고른 그녀는 물을 두어 모금 마시고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성년자였는데도 제이슨은 지금까지 감옥에 있어. 벌써 십이 년째야.”
‘감옥’ 이라는 두 글자를 입 밖으로 꺼낸 강미경의 얼굴은 섬뜩할 정도로 처참했다.
“내 아들 때문에 내가 감옥에 면회를 가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 못한 일이야.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제이슨을 보러 갔었어. 정말 기가 곽 막히더라. 제이슨이 수갑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으으흐으- 윽--”
그녀는 깊은 울음을 토해냈다.
가방도 풀지 못 하고 강미경은 제이슨이 감금되어 있는 경찰서로 직행을 했다. 사람들이 혼잡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커다란 방을 지나 복도를 죽 따라가니 구치소라는 데가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꼭 은행 창구처럼 생긴 모양의 면회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영화에서 본 작은 구멍이 빵빵 뚫린 유리 막이가 생각났다. 영화에서는 서로 의자에 앉아 대화를 했었는데, 이곳 구치소에는 의자가 없었다. 서로 서서 면회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조금 후, 제이슨이 창백한 얼굴로 나타났다. 유리를 통해 상반신만 보여 미경은 아들과 코가 맞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섰다. 그런데 아들은 뒷짐을 진 것처럼 두 팔을 뒤로 하고 있었다. 순간, 아, 수갑을 찼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손을 뒤로 묶은 것이다. 그 자리에 퍽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현기증이 머리에서 등을 훑으며 발끝까지 좍 내려갔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이를 앙물며 눈을 크게 뜨고 버티면서 말했다.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봐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제이슨 조금도 걱정하지 마. 엄마만 믿어. 엄마가 다 알아서 네가 곧 나올 수 있도록 할 테니까 초조해 하지 말고 기다려. 알았지?”
아들을 보니 강인함이 솟았다. 무죄인 것이 확실하니 곧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제이슨이 도리어 눈물을 글썽거렸다. “엄마.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고. 그리고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또 덧붙였다. “엄마, 고마워요. 고마워요.” 하고.
그리고 그 사흘 후, 심사 과정을 보기 위해 경찰서로 가 일러주는 번호가 붙은 재판정엘 들어섰다. 제법 큰 방이었다. 영화에서 본 그대로 제일 앞, 높은 곳이 판사석이고 한 칸 내려와서는 재판에 연루된 사람들, 그리고 검사와 변호사 석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문이 달린 칸막이가 있고 뒤에는 방청석이었다. 여러 사건들을 차례로 진행해,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표정들이 굳어 있었다. ‘이들도 다 나 같은 사람이겠지’하는 연민이 느껴졌다.
초조한 가슴을 안고 앉아 있는데 제이슨이 앞문에서 호위를 받으며 들어섰다. 역시 수갑을 차고 있었다. 도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실내에서 저렇게 꼭 손을 묶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이슨이 얼마나 심적인 고통을 받을까 하고, 가슴이 메어졌다.
그 날의 결론은 아버지를 죽인 중범죄인이기 때문에 보석금을 내고 나올 수는 없다는 것으로 판정이 났다. 강미경이 선정한 최고의 변호사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벌써 십이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미국이라는 법치국가에서 정말 이럴 수가 있니? 사형 언도가 내려지고 이미 집행도 시행이 됐는데, 나중에 진범이 잡혀 판사가 옷을 벗고 승려가 된 그런 경우도 있잖아? 꼭 그 격이라니까.”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듣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다행한 일이었다.
“사건이 난 후, 제이슨 학교에서는 교장 이하,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검찰에 진정서까지 냈었어. 제이슨이 얼마나 모범생이었는가를 증명을 했는데도 교묘하게 법을 이용해 제이슨을 옭아맨 거야. 근데 지금 와서 뭐라 그러는지 알아? 참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와. 검찰과 합의를 하자는 거야. ‘길티’ 라고 인정을 하면 석방해 준다고 말야.”
그 당시 제이슨은 미성년자였고 십이 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니 그것으로써 죗값은 치렀다는 것이다. 그녀는 점점 더 흥분하고 있었다. 십이 년 동안이나 죄 없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 정말이지 원통하고 분해 미치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벌벌 떨었다.
“우리 쪽 변호사는 이제 지쳤는지 아들을 위해서는 합의를 보는 것도 괜찮다는 거야. 정말 너무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정말 너무 억울해” 를 연거푸 외치면서 그녀는 눈에 불을 내뿜듯 열을 내며 언성을 높였다.
“정말 이럴 수는 없어, 길티라고 인정을 하라니... 법치국가인 미국에서 죄없는 사람을 옭아매고 뒤집어씌워 이래도 되는 거니? 제이슨이 아버지를 죽이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더구나 제이슨은 아버지 앞에 꼼짝을 못 하고 산 애라고. 차고 천장에 아버지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우선 내려놓고 봐야지... 그렇잖니? 내려놓으면 도로 살아날 가망성도 있잖아? 분명히 자살이야 자살이라구우우--- ”
날카로운 눈빛이 내 얼굴에 화살처럼 내리꽂혀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목에는 푸른 심줄이 돋아 이마빡까지 벋쳐 팽팽한 핏줄이 금세 툭툭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쏟아지는 소낙비에 뇌성과 번개를 동반한 통곡이었다. 저러다가 그냥 정신이라도 잃을 것 같아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숨이 가쁜지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숨을 몰아쉬었다. 원한에 맺힌 탄식소리였다.
그 순간 강미경의 얼굴에 겹쳐지는 한 얼굴이 있었다. 애경의 얼굴이었다. 부모 재산 몽땅 가로챈 사기꾼이라면서 악에 받혀 언니 욕을 퍼붓던 그 얼굴이었다. 도저히 제정신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던 바로 그 얼굴. 발가락 하나도 닮지 않은 자매인 그들에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애경이의 그 부르짖음을 떠올리며 나는 또 의문 속을 헤매고 있었다. 십이 년을 감옥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 언도가 내려진 것이다. 종신형이든 몇십 년이든. 강미경은 거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렇다면 언도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십이 년씩이나 감옥에 붙잡아 둘 수가 있는 것일까? 또 길티라고 인정을 하면 석방이 된다는 것도 그 방면의 법규를 통 모르는 나이지만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다 인정해 주며 나는 듣기만 해야 했다. 그 방면의 법규에 능통한 자라 하여도 아무런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
언니는 앞에 놓인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물 잔을 쥔 손이 떨렸다. 감정이 여울처럼 휘돌치며 한없이 격렬해졌다가 조금은 잠잠해진 것 같았다.
“나는 지난 십이 년 동안 글쓰기에만 매달려 살아왔어. 처음엔 영어로 썼었는데 내 자질이 모자랐는지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지 않았어. 계속 퇴짜를 맞았지. 그래서 한글로 쓰기 시작했어. 글을 쓸 땐 시간이 잘 가서 좋고 또 아들이 빨리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겨 좋아. 그간에 여러 편의 단편도 썼고 중편도 썼지만 마음에 들지가 않아 발표를 않고 묵혀둔 것도 많아. 지금은 장편을 쓰고 있는 중이야.
작품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언니는 뜻밖의 말을 했다. 퇴고를 끝낸 작품이지만 한참 후에 읽으니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보여줄 만한 작품이 없다고 했다.
한데 지금 쓰고 있는 장편소설은 정말 다시 고치고 싶지 않은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었다. 단 한편이라도 영원히 살아남을 불후의 명작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잠깐 말을 끊고 그녀는 나를 정면으로 주시하더니 내가 이민우의 전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내게 부탁이 있다고 했다. 부탁? 꼭 해야 할 말은 했으니 이제 버지니아까지 나를 부른 진짜 본론으로 접어든 것이다.
“내가 너를 만나고 싶어한 주 목적이 있었어. 실은 소설 속에 네가 많이 등장을 해. 이민우를 쓰려면 너를 빼놓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한국에 살 때의 생활, 부모님들의 관계... 이민우와 헤어진 후의 이야기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다가 강미경은 갑자기 “흑” 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복받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또 울기 시작했다. 정말 이제는 나도 지쳐 그녀가 제발 고만 울었으면 했다.
“미안해. 미안해.”를 연발하면서 무슨 죽을죄를 지어 속죄라도 하는 듯이 그녀는 머리를 조아리며 내게 용서를 빌었다. 나는 너무도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는 참 내가 너한테 못할 짓을 했다.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는 언니의 말을 완강히 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언니 왜 그런 말을 해요. 그런 거 아녜요. 언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그녀의 맘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진심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언니에게 도리어 미안한 기분이었다. 나만 늪에서 일찌감치 빠져나오고 강미경이 늪을 향해 가까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던 것 같아서다.
나의 위로에 웬만큼 평정을 찾은 강미경은 울음을 그치고 입가에 미소까지 띠우며 내 손을 붙잡았다. 한데 그 잠시 후, 그녀는 정색을 하고 나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입 밖으로 말 한마디를 뱉었다.
“이민우는 널 사랑하지 않았어. 순진한 너를 농락한 거아.”
금세 감이 잡혔다. 아들의 무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녀는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화살이 되어 내게 날아온 이 한마디도 나의 감정을 부추겨서 이민우를 더 나쁜 놈으로 만들기 위한 그녀의 계획이 내포된 말이었다. 이미 죽은 그를 그토록 악인으로 몰아부친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죽은 사람을 향해 터뜨린 분노의 실체였다. 만일 아들이 진짜 범인이라 하더라도 ‘그래 그런 놈은 죽어 마땅해’ 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화살을 맞았으나 나는 아프지 않았다. <계속>
* 아래는 글마루에서 옮겨온 11회 댓글입니다.
달샘 : 또 첫번째로 댓글을 쓰는 영광! 나는 첨부터 예상한 대로야. 영화의 한 장면으로 머리속에 그려지네.(주인공을 누구로 할까? 김혜자?...ㅎㅎ 아들은 조승우? 하정우?...)-화살을 맞았으나 나는 아프지 않았다.-good. 09.10.25 00:37
┗ 김영강 늘 첫 번째로 댓글 달아주시는 우리 회장님, 제가 도리어 영광이지요. 주인공을 누구로 하냐구요? 두고 봅시다. 먼 훗날, 그런 현실이 이루어지면야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한데 우리가 그때까지 이 세상에 있을랑가, 없을랑가? 09.10.26 06:26
발광머리 앤 : 음,,, 분노의 실체가 드뎌... 읽다가 떠올랐는데 제목을 '늪'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하구요. 선생님, 구치소 장면에서 '제이슨'이 '메이슨'으로 오타. 달샘 샘님, 저는 2등이네용~ 09.10.25 15:34
┗ 김영강 아! 늪? 기억해 주심을 감사하게 받으면서 생각해 보겠어요. 오타 발견, 고마워요. 이 장면은 처음엔 없었던 건데 집어넣으면서 그리 됐네요. 고친 부분에 밑줄 그어 놨어요. 09.10.26 06:31
미단 : 김혜자 주연의 '마더'라는 영화가 이렇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는 아직 못봐서 내용은 모르지만 모성은 정말 강한겁니다. 09.10.26 11:37
┗ 김영강 그렇죠. 모성은 정말 강하지요. 너무 강해 도가 지나치면 현실에서 튕겨나가버릴 수도 있을 거예요. 현실 밖으로 튕겨나가버린 강미경, 다음이 마지막회인데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슬슬 걱정도 됩니다. 09.10.27 11:58
solo : 이민우의 죽은은 자살이었을까, 타살이었을까. 자살이 아니라면 범인은 누구였을까. 애경은? 자꾸만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는 드라마가 흥미진진합니다. 09.10.27 05:29
┗ 김영강 글쎄요. 타살이다, 자살이다, 하는 말은 소설에 없지만, solo님께서는 이미 짐작하셨을 거예요. 다른 독자님들도요. 그러나 혹시 글쓴이의 의도가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꼭 알아야 하니 끝난 다음에 얘기를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대수술을 감행해야지요. 다음이 마지막회입니다. 너무 오래 연재를 해, 지난 줄거리들을 그새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요? 소설이란 계속 읽어야 더 흥미로운 법인데 딱딱 잘라지고 보니 좀 맥이 빠지는 기분입니다. 끊임없이 퇴고를 해야 하니 조언 부탁드립니다. 09.10.27 12:20
오드리 햇반 : 토요연재 이제서 읽으니 숙제 밀렸다 하는 기분이네요. 소설 너무 재미나는데 다음이 마지막회라니 벌써 아쉬움 막 밀려 옵니다. 09.10.28 03:22
┗ 김영강 "소설 너무 재미나고..." 또 "아쉬움이 막 밀려오고..." 작가에게는 참으로 격려가 되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기 백배 삼겠습니다. 다음 12회로 끝이 나는데, 작가의 의도가 독자님들께 전달이 안 됐을까봐 은근히 겁이 나요. "빵" 하고 결론을 내지 않고 끝이 나는데 혼선을 빚으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돼서 그럽니다. 계속 고치는 중이니 오드리 님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09.10.28 12:13
제 12회 <마지막 회>
소설이 제이슨의 재판에 도움 되지 않을 지라도 강미경의 꿈을 위해서는 소설은 꼭 씌어져야 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제이슨이 감옥에서 풀려나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강미경은 봐야 한다. 그녀가 쓰러지기 전에. 아니 사랑하는 아들이 살아있는 한 그녀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기다림이라는 희망이 그녀를 영원히 지탱해 줄 것이다. 사랑과 희망은 모두 기다림 속에 있는 것이기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도전할 때 불가능한 일도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위기는 두려움이 아닌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강미경은 지금 절망 속에서 희망을 캐고 있다. 무대에 올려놓은 비극은 비극으로 끝이 났지만 강미경의 비극은 비극으로 끝이 나면 안 된다.
강미경은 그 큰 눈을 스르르 감더니 의자 스위치를 눌러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의자는 금세 편안한 침대가 되었다. 많이 피곤한 것 같았다.
“언니, 많이 피곤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주무셔야죠.”
강미경은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말을 연발하고는 누운 채로 말을 이어갔다.
“그에게는 돈과 섹스, 그런 것들이 전부였어. 나한테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너도 알잖아. 내 허리가 결혼 전부터 안 좋았던 것... 그런데도 그는 내 허리를 분질러버릴 듯이 덤벼들었어. 나중엔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선 내 몸이 편했으니까.”
그는 내게도 온 세상을 때려 부수기라도 할 듯이 달려들었었다. 나는 정말 그런 밤들이 싫었다. 그러나 남편을 만나고부터 내 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발로 차버리듯 무지막지하게 나를 대하던 이민우에 비해, 남편은 나를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소중하게 대했다. 그가 나를 안을 때마다 나는 불빛이 명멸하는 밤의 바다를 빠른 속도로 둥둥 떠내려갔다. 그곳은 보석을 쏟아놓은 듯 불빛이 춤추는 긴 황금 바다였다.
눈을 감고 말하는 그녀가 그만 스르르 잠이 들것 같았다. 그러나 강미경은 금세 의자를 다시 세우고는 청아한 목청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도 이민우가 나쁜 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거야.”
나에게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그녀는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소설은 한국어로 먼저 출판한 다음에 영역을 하겠다고 했다. 체력과 능력이 딸리면 미국 작가에게라도 의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민우 얘기만 나오면 그녀의 말은 두서없이 나열되고 그 순서도 툭툭 끊어졌다.
이미 신문으로 보도되었으나 잊혀져가는 사건을 다시 한번 더 만 천하에 공포하겠다는 그녀의 용기에 나는 놀랐다. 하기야, 아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인들 못하리. 또한 계속 변호사 비용을 대야 하니 그것도 소설을 펴내려고 하는 하나의 수단일 것이다. 십이 년 동안이나 끌어오는 재판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겠는가는 물어보나마나한 일이다.
언니는 얘기 도중, 사건이 일어났던 집이 어마어마한 대저택이어 그 집을 팔아 재판 비용을 감당했다고 한다. 또 사양길에 접어들은 사업체는 부사장의 손으로 넘어갔는데, 그 사람이 사업을 유지시켜 계속해서 아들과 언니의 뒷바라지를 해준다고 했다. 이민우가 남겨놓은 주식 덕분이라는 것이다. 아들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부터는 완전히 평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지금 네 도움이 필요해. 이민우와 헤어진 후, 네가 어찌 살았는지, 또 한 남자한테 짓밟힌 너의 그 처절한 심정이 어땠는지를 그리고 싶어. 그런 너의 감정이 지금은 다 식어버린 줄 알아.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마주앉아 있잖니?”
나도 “정말 그래요 그래요.” 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눈가엔 온통 짜글짜글한 주름 투성이었으나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계속 빛나고 있었다. 아들에 대한 한 줄기 집념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불쌍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나를 인터뷰하기 위해 버지니아로 부른 것이었다. 소설을 위한 리서치로.
갑자기 강미경이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소설을 구상하면서 생각해낸 건데, 아니 생각해낸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이 진짜로 든 건데 말야, 이민우가 세월이 갈수록 그렇게 비인간적이 돼갔고 또 자살을 한 데에는 뭐가 있는 것 같아.”
뭐가 있다니... 통 감이 안 잡혔다. 그녀는 목소리를 탁 낮추며 혼자서 독백하는 것처럼 중얼댔다.
“혹시 ... 애경이의 혼이 이민우한테 들러붙은 것이 아닐까? 너도 알겠지만, 애경이가 좀 이상했잖아. 이민우 하는 짓이 꼭 애경이 같아서 내가 깜짝깜짝 놀랠 때가 많았어. 술수를 써가지고 남을 옴짝달싹 못 하게 꽉 옭아매는 것도 똑같고, 성격이 포악한 것도 똑같고...”
강미경은 애경이가 자기를 괴롭힌 얘기는 일체 않고 동생이 죽은 것이 애처러워 죽겠다는 듯이 눈물만 쏟았는데, 드디어 “너도 알겠지만...”으로 서두를 꺼내고는 애경이와 이민우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둘이 그렇게 죽은 것도 똑같고...”
죽었다는 사실이 같다는 말인지 죽은 상황이 같다는 말인지 그녀는 애매하게 말을 흘렸다.
“그래서 말인데 이 문제를 좀 깊이 파고들어 영혼의 세계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그 순간 나는 목구멍까지 치솟는 말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끌고 나가려면 애경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소설에서처럼 목을 매 죽었다고 써야 되겠죠. 그리고 애경이의 죽음이 타살인데 이민우가 덮어버린 걸로 해야죠. 그래서 억울하게 죽은 애경의 혼이 이민우한테 들러붙었다... 그러면 소설의 줄거리가 타당성 있게 전개될 거예요.
하지만 내 심정은 오늘밤에라도 꺼져버릴지 모르는 촛불 같은 언니의 심기를 조금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영혼의 세계까지 파고들려면 리서치해야 할 것들이 무지 많을 텐데, 언니 건강이 허락을 하겠어요?”
“리서치는 다른 사람한테 시키면 돼.”
그리고는 나의 맘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소설에서는 말야. 애경의 죽음을 타살로 몰고 가는 거야. 물론 표면에 나타내지는 말고 독자들에게 암시만 주는 거지. 단편소설 ‘비극은 끝나다’처럼. 주인공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남편이 분명히 자살인데 무슨 소릴 하느냐고 강력히 반대를 해서 영원한 비밀로 묻혀버린 걸로 하는 거지. 그러면 소설이 더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
강미경은 애경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얘길 나한테 한 사실을 깡그리 잊고 있었다.
소설 얘기를 잘 끌어오던 강미 경이 갑자기 횡설 수설하며 딴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장편 소설이 세상 빛을 볼는지 못 볼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어.”
소설을 끝내기 전에 자기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연 이 소설을 끝낼 수 있을까 하고. 그러나 그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얘기를 바로 이었다.
“너 혹시 2012년에 종말이 온다는 소리 들은 적 있니?”
지금 한창 떠들썩하게 세상에 퍼지고 있는 소문이라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신문에도 났고 텔레비전에서도 방영을 했었다.
“행성 X 얘기 말인가요?”
“그래 맞아. 너도 알고 있구나. 행성 X뿐이 아니야. 웹봇도 그렇고 마야 달력도 2012년에 종말이 온다고 분명하게 예언을 하고 있어.”
웹봇이나 마야 달력에 관한 얘기도 나 역시 알고 있었다.
3600년 주기로 공전하는 행성 X 로 불려지는 나비루가 긴 타원을 그리며 지구로 다가와 치명적인 해를 끼쳐 대혼란을 일으킨다는 2012년 지구의 종말론을 비롯하여, 전세계 웹을 종횡무진으로 돌아다니며 앞으로의 벌어질 상황을 제시하는 웹봇이 2012년부터는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웹봇은 1990년대 말 주가사정의 변동을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 이것이 작동을 멈추었다는 사실은, 인류가 벼랑에 몰려서 멸망하는 예언이라 했다. 그리고 웹봇은 911 테러, 뉴욕 대정전, 2004년 쓰나미 등의 사건들을 맞혔다고 했다.
또한 마야 달력은 기원전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하여 기원후 2012년 12월 21일로 멈추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마야문명에서는 지구에는 재배열이 있는데 약 구만 년 전에 2차 재배열이 있었고, 2012년에 3차 재배열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자연 파괴와 고도화된 기계문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리족의 전설이나 중국의 주역에도 2012년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예언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강미영은 종말을 믿고 있는 듯이 확신하는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괜히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겠죠. 이런 소문이 어디 한두 번 있었나요?”
“그럼, 너는 믿지 않는단 말이구나.”
“물론 안 믿죠. 종말이란 내가 죽는 날이 아니겠어요?”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내게 그녀 역시 확신에 찬 말투로 설명했다.
“아냐 이번은 거의 확실하다고 다들 그래. 1999년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을 한 것이 맞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잘못 해석한 거였어. 그의 '잃어버린 그림 예언서'가 로마에서 발견되었는데, 재해석한 결과 지구 종말은 1999년이 아니라 2012년이라는 거야.”
노스트라다무스는 사후 400년이 넘은 지금도 예언가로 지목받고 있으며, 그는 자신의 죽음과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등장 등을 예언한 바 있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면서도 맘이 급해. 종말이 오기 전에 책이 나와야 하니까. 죽어도 결백을 밝히고 죽어야 잖니?"
종잡을 수 없는 얘기였다.
“그런 언니는 지구의 종말을 믿어요?”
“글세, 믿는다기보다는 종말이 오면 좋겠다는 쪽이야.”
제이슨이 나오면 같이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강미경이 엉뚱한 방향으로 얘기를 몰아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열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 썩어문드러진 세상이 뒤엎어져야 한다고. 죄 없는 사람을 십이 년씩이나 감금해 놓고 나를 이 꼴로 만들었으니 마땅히 그 죗값을 받아야지. 지구가 아주 박살이 나야 한다고. 판사놈, 검 사놈들부터 쓰나미에 휩쓸려 깊은 바다 감옥에 처박혀야 한다고.”
그녀의 눈빛이 다시 혼란해지고 있었다. 섬뜩함을 또 느꼈다. 오싹해지는 가슴을 움츠리는데 강미경은 목소리를 낮추고 몽롱한 시건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종말 얘기도 소설에 쓰려고 해. 소설 줄거리하고 어떻게 연결시킬까 지금 구상 중이야.”
밤이 깊어 있었다. “오늘은 이만 자자” 면서 언니가 움직일 기세를 보이니 어느새 여인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내가 잘 방을 안내해 주고 언니와 함께 사라졌다. 그때까지 자지 않고 언니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도 틴에이저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언니 집에 있다가 우리가 도착한 다음에 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스물네 시간을 지켜봐야 할 정도로 언니의 건강이 안 좋은가 하고 의문이 든 것이다.
환상의 세계를 헤매는 듯한 그 표정, 두서없이 나열되던 거짓말 같은 말들, 칼끝같이 차갑게 다물던 그 입술, 그리고 순간순간 섬뜩할 정도로 강렬했던 언니의 눈빛에서 나는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그 무엇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녀가 확실하게 환자라는 사실을 점점 더 감지할 수 가 있었다. 순간, 하나의 생각이 번개처럼 번쩍하고 정수리를 내려쳤다.
제이슨이 이민우를 진짜로 죽인 것이 아닐까? 세상엔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인데도 강미경이 홀로 상상의 나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나름대로의 각본을 짤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나 큰 충격으로 인해 상상이 현실로 능히 둔갑할 수도 있다. 그 시간에 제이슨이 어디에 있었는지의 정확한 알리바이, 차고 천정에 목을 매고 있는 이민우를 아들이 언제 어떻게 발견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지 않았는가? 유죄로써의 증거가 없었다면 미성년자였던 제이슨이 십이 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 제이슨이 범인이다. 그렇다면, 애경의 죽음은 교통사고가 아니다. 소설에 나온 천정에 목을 매고 죽은, 그 첫 장면이 진실이다. 소설에 씌어질 애경의 죽음을 언급할 때, 그녀는 분명 애경이가 목을 매 죽은 것으로 못을 박고 있었다. 그리고 애경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뻔히 알면서 강미경과 이민우는 그 진실을 어둠 속에 묻었다. 또한, 어둠 속에 묻힌 그 진실이 세상에 밝혀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기에, 강미경은 애경의 죽음을 이민우의 죽음에 갖다붙인 것이다. 제이슨이 감옥에 갇힌 후부터 그녀는 계속 환상의 세계에서 방황하고 있다. 또 혹시, 제이슨이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강미경의 환상 속에서는 제이슨이 죽어서는 절대로 안 되니까.
만일 내 생각대로 언니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면, 여인은 내게 조금이라도 귓뜸을 해주었어야 했다.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삼십 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여인은 일체 말이 없었다. 하루의 시간이 더 있으니 여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수도 있고, 또 강미경이 어떤 말을 어떻게 끌어가나를 주시하면 의문은 풀릴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풀린다 하더라도 나는 강미경이 쓰는 소설의 줄거리에 맞게끔 살을 붙여 줄 것이다.
자려고 눈을 감았으나 잠이 들지 않았다. 다시금 생각이 얽히며 자꾸만 깊은 나락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그녀 홀로 저렇게 가시밭길을 헤매고 있는 것에 가슴이 저려왔다.
닫힌 방 저쪽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기침소리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힘이 없었다. 아들 이야기에 온 힘을 다 쏟아버린 탓일까? 얼마쯤 지난 후 기침 소리는 잠잠해졌다.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이리저리 뒤척거리는데 갑자기 눈가에서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진주가 될 소망의 눈물이... <끝>
* 이 소설을 제 문학서재에 실린 후에,
재미수필 홈피와 글마루 홈피에 올렸었습니다.
올리면시 다시 수정을 하고 첨가를 하다보니
제 홈피에 실렸었을 때보다 분량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처음 실렸던 것을 지우고,
수정을 한 마지막 본을 다시 올렸습니다.
맨 나중에 실렸던 글마루에서는 12회에 끝났기에,
마지막 10회에는 11회 12회를 같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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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41 | 열정 | 박정순 | 2009.06.04 |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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