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배부르다

                                  조옥동

고픔이 많을수록
슬픔이 배부르다
늘 뼈를 삭히는 고통이 벅차오르고
독한 술보다 진정 쓰디 쓴
사랑을 달빛에 풀어 놓는 밤
별은 뜨거운 알몸으로 영원을 안고  
낙하하는 시간의 꼬리까지 불태워 사르다
깊은 어둠의 이마를 짚어주며 묵묵하는 하늘
다시 떠도는 구름이 되고 허공이 되고
알맞게 코를 들이 대고 그리움에 킁킁거리며
무언가 골몰하다 막다른 골목처럼 막히는 심장
부풀었던 삶은 반액세일처럼 간간히
쉽게 처리되다

꿈이 주름 잡히고
영혼 녹슬면 때가 되어
가슴 속 고인 언어들이 차츰 눈을 뜨고
조심스레 오늘을 디디며 한 발 씩
잃어버린 처음을 찾아 가는 길에서
세상 학습 끝마치는 날까지
순수했던 한 순간의 입술과 몸짓으로
나무에 속잎 하나 더 피어나고
공중의 새 한 마리 돌아와 앉아
슬픔이 배고프다 노래한다면
이 세상
기차역을 빠져나가 듯
간이역을 떠나리라 미련의 눈 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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