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기일에/ 박영숙

2009.07.04 04:13

박영숙 조회 수:63

어머님 기일에 / 박영숙(영)



1
산천초목 기지개 펴고
초록빛 풀내음
살풋이 감도는 새벽녘에
진달래꽃 마중 나와 영접하시던 날
보슬비 앞세우고

떠나시던 어머님

앞 마당 가득히
철따라 피던 꽃들
치자꽃 은은한 향기는
잊을 수 없는 어머님의 살 내음

칼날처럼 곧은
잎 사이로 피어 오른
청자빛 감도는 난초꽃은
참빛으로 가지런히
빗어넘긴 머릿결에
은빛 비녀 꽂은
어머님의 단아한 모습

목 고개 틀어지도록
무거운 옷 보따리 머리 위에 이고서
그 모진 삶의 고개
넘고
또 넘을 때
어머님이 만들어서
꽃잎 위에 뿌리시던
이슬방울

이렇게 한 뼘 땅속에
잠드실 줄 아셨으면
꽃이나 가꾸시고
노래처럼 읊으시던 불경이나 읽으시며
한가롭게 살다 가셨어도 되셨을 것을

2
어머님 오래전에
길 떠나셨어도
이 여식의
심연 속에 피딱지 되어
덕지덕지 남아 있는 그리움

퍼내어도
퍼내어도
차오르는
모든 그리움 담아
무지개빛 만들어서
봄 바람에 날려 보냅니다

행여 어머님
꽃향기  맞으시고
천상길 여행 나오셨다가
만나시게되면
불효여식 눈물인줄 아시옵소서

“영혼의 입맞춤” 중에서
http://www.poet.or.kr/oc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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