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일이다. 7월 4일 공휴일이라 꽃 시장이 휴업이란걸 모른 우리 꽃팀은 토요일 새벽 기도 후 꽃을 사러 가겠다고 나섰다. 공휴일인데 하는 미심쩍은 기분도 있었지만, 어찌 되겠지 하는 안일함과 설마 하는 요행과. 금요일, 토요일 이틀을 꽃꽂이에 매달리지 말자는 우리들의 다짐을 지키느라 미리 사 두지 않은 것이 조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바 시장도 문을 닫는데 꽃시장이 문을 열리가 없다고 어떤 집사님이 말했다. 아차 하며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모든 가게가 불통이다.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코스코나 트레이드 죠로 가서 적당히 꽃을 사와야겠다고 반짝 아이디어를 내었지만10시가 되어야 문을 여는 두 곳을 기다릴만큼 한가하지가 않은 연휴 한나절이었다. 아쉬운대로 화분을 쓰던지, 창고에 박혀있는 조화를 쓰던지 어찌하던 작품은 만들어야겠기에 창고들을 뒤졌다. 꽃은 비록 없지만 혹시나 하여 뒷마당에서 미리 조금 잘라온 초록 잎파리들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잎파리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며 크고 화려한 앞파리들을 잘라온 나의 선견지명이 놀랍기도. 먼저 수반에 오아시스를 채우고 양쪽으로 커다란 잎파리 둘을 눕혔다. 꽃이 없으니 소재라도 뭔가 웅장한 것으로 세우자 하며 뒤지니 대나무들이 눈에 띈다. 그것들을 중앙에 일단 세우고. 얼굴을 아래로 박고 누워있는 나리꽃들을 일으켜 세워 후후 먼지를 불고 꽂았다. 그리고 보라색, 흰색 초라한 모습으로 섞여있는 작은 꽃들에서 흰색들만 골라 손으로 요리조리 펴서 나리꽃 품에 안겨 주었다. 제법 어울리는 모습이 되긴 했지만 초록에 하얀 꽃들만의 잔치가 너무 심심하다. 다른 색깔의 무엇이 없나 뒤져보니 오렌지 꽈리 열매가 꾀죄죄 하게 꼬여서 누워있다. (옳지 아쉬운데 이거라도) 꺼내 두루룩 펴서 대나무에 척 엮어 올리며 테이프로 뚤뚤 말아 꽈리들을 고정시켰다. 완성이다. 멀리 떨어져서 눈을 게슴츠레 하고 보니 생각외로 너무 예쁘다. 가까이서 보면 향기도 없고 때가 묻어 지저분한 조화지만 멀리서 보니 생화 이상으로 아름답다. 예전에는 꽃과 예배당 거리가 너무 멀어서 꽃의 섬세한 아름다움이나 질감들과 향기가 전달되지 못하여 안타까웠었는데. 그런 환경들이 오히려 이렇게 고마울수도 있구나 하며 웃었다. 주일날. 하나님께 향기롭고 싱싱한 꽃을 바치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많은 교인들은 오늘 꽃이 참 예쁘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여느 때 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저건 가짜들이랍니다. 일일이 설명을 해 주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사진으로 찍어 웹에 올려 놓고 보니 내가 보아도 다른 주일의 꽃꽂이 보다 훨씬 멋진 것 같다. 꽃꽂이가 좋았다며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가짜들이 이렇게 칭찬을 받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들. 그건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것 같다. 가짜 생각. 가짜 신앙. 가짜 교인, 가짜 친구, 가짜 선생. 얼마나 많은 가짜들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을까. 그것들에 속고 있을까. 아니 속이며 살고 있을까. 가짜가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으니 나는 오늘도 가짜에 속고 사는 부분이 없나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