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2009.07.31 03:53

장정자 조회 수:53

이렇게  잘  보일  줄은  차마  몰랐었다
그동안  너무  어두움속에서  대강  살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난  후


숨결도  다  보인다
그리움도  보인다
세상이  다  정갈해  보인다
그러기에
마루위나  식탁위에
먼지들이  그리  많을  줄도  
이후에  알게  돼
너무  대강  살았나  싶다
눈에  보이질  않았으니  깨끗한  척  했겠지


오롯이  먼지처럼  묻어있을
더러운  내  영혼은  무슨  수술로  밝아지려나
가녀린  덕지들을  
막을  걷어내듯  
결로  닦아내고  싶다

보이나  보이지  않는것들  속에
처연히  자리잡고  있는  아득함이여
수술대  위에  누워
망연히  걷어낼  수만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다

부끄러움도  걷어내고  싶다


부엌창가에  핀  선인장
어느날  남편이  갖다놓은  손길로도
대강  살아온  것에  미안한  마음
소롯이  전하고도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9 뛰어다니는 백지(견공시리즈 9) 이월란 2009.08.01 47
7118 해거름 정경 최상준 2009.07.31 44
7117 이사(移徙) 이용애 2009.07.31 52
7116 눈 안에 든 별 성백군 2009.07.31 65
» 그 이후 장정자 2009.07.31 53
7114 노숙자의 변명 / 석정희 석정희 2009.08.02 55
7113 통화 중 이월란 2009.07.29 21
7112 오일장 이월란 2009.07.29 41
7111 기도 이월란 2009.07.29 47
7110 시험 끝나고 박정순 2009.07.28 51
7109 잊을 수가 없네 이상태 2009.07.28 67
7108 대륙의 딸 박정순 2009.07.26 57
7107 황진이를 보고 박정순 2009.07.26 43
7106 친구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준 사연 성민희 2009.07.25 50
7105 차이 박정순 2009.07.24 49
7104 쓰레기통을 뒤진 날 아침 이영숙 2009.07.24 67
7103 山家 無日曆 정용진 2010.08.20 42
7102 쇠별꽃 박효근 2009.07.23 54
7101 인센티브 박성춘 2010.02.17 62
7100 빈집 박정순 2009.07.21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