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2009.07.31 03:53
이렇게 잘 보일 줄은 차마 몰랐었다
그동안 너무 어두움속에서 대강 살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난 후
숨결도 다 보인다
그리움도 보인다
세상이 다 정갈해 보인다
그러기에
마루위나 식탁위에
먼지들이 그리 많을 줄도
이후에 알게 돼
너무 대강 살았나 싶다
눈에 보이질 않았으니 깨끗한 척 했겠지
오롯이 먼지처럼 묻어있을
더러운 내 영혼은 무슨 수술로 밝아지려나
가녀린 덕지들을
막을 걷어내듯
결로 닦아내고 싶다
보이나 보이지 않는것들 속에
처연히 자리잡고 있는 아득함이여
수술대 위에 누워
망연히 걷어낼 수만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다
부끄러움도 걷어내고 싶다
부엌창가에 핀 선인장
어느날 남편이 갖다놓은 손길로도
대강 살아온 것에 미안한 마음
소롯이 전하고도 싶다
그동안 너무 어두움속에서 대강 살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난 후
숨결도 다 보인다
그리움도 보인다
세상이 다 정갈해 보인다
그러기에
마루위나 식탁위에
먼지들이 그리 많을 줄도
이후에 알게 돼
너무 대강 살았나 싶다
눈에 보이질 않았으니 깨끗한 척 했겠지
오롯이 먼지처럼 묻어있을
더러운 내 영혼은 무슨 수술로 밝아지려나
가녀린 덕지들을
막을 걷어내듯
결로 닦아내고 싶다
보이나 보이지 않는것들 속에
처연히 자리잡고 있는 아득함이여
수술대 위에 누워
망연히 걷어낼 수만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다
부끄러움도 걷어내고 싶다
부엌창가에 핀 선인장
어느날 남편이 갖다놓은 손길로도
대강 살아온 것에 미안한 마음
소롯이 전하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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