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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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열매가 익을때 나는 떠난다

2008.07.18 10:53

정문선 조회 수:1102 추천:187

열매가 익을 때 나는 떠난다 이삿짐을 꾸렸다 필요하다 싶은 것은 모두 챙겼다 이 집 살면서 내 손때 묻었던 것은 방구석에 뒹구는 먼지 뭉뎅이도 빡빡 쓸어 담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허-한 마음 장미나 주려 내려서다 뒤 마당 헛짚고 허공을 잡는데 눈 가득 들어서는 대추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있다 고향 떠나올 때 가방보다 더 숨죽이며 따라온 내 이민의 내력 훌쩍 열자나 더 자라 담 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 알 따서 입에 넣는다 깨무는 순간 입안에 가득차는 내 유년의 고향 맛 다른 짐 다 버리고 삽 가지고 오는데 여섯 개 삽자루처럼 굵은 뿌리들이 땅 속 깊이 더 뿌리를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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