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8 10:53
열매가 익을 때 나는 떠난다
이삿짐을 꾸렸다
필요하다 싶은 것은 모두 챙겼다
이 집 살면서
내 손때 묻었던 것은
방구석에 뒹구는 먼지 뭉뎅이도
빡빡 쓸어 담았다
그런데 무엇인가 허전하다
허-한 마음 장미나 주려 내려서다
뒤 마당 헛짚고 허공을 잡는데
눈 가득 들어서는 대추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있다
고향 떠나올 때
가방보다 더 숨죽이며 따라온
내 이민의 내력
훌쩍 열자나 더 자라
담 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 알 따서 입에 넣는다
깨무는 순간
입안에 가득차는
내 유년의 고향 맛
다른 짐 다 버리고
삽 가지고 오는데
여섯 개 삽자루처럼 굵은 뿌리들이
땅 속 깊이 더 뿌리를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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