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07 15:31
쌀벌레의 여행
정문선
쌀 통 속에
쌀벌레 한 마리 봤는데
다음 날
어디에 숨어
사랑을 했는지
쌀 색깔이 검게 변했다
신문지를 펴 놓고 쌀을 쏟았다
검정 쌀알들이 신문에 실린
기사 사이로 흩어져
사방팔방
제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어간다
나도 따라간다
이태리
알라스카 산을 넘으려는
다른 한 마리의 뒤를
손톱으로 으깨도
잠시 죽은 듯 하다
바다로 가는
작은 것들의 생명
다시
은싸락으로 변한 쌀
통속에 넣으며
쌀벌레의 거인 쿠루소가 된
나의 삶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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