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lin의 Tara Station에서

2009.09.02 18:09

고현혜(타냐) 조회 수:50

모든 시간을 멈춰놓고
검푸른 아이리쉬 바다(The Irish Sea)위를 넘어 넘어
해도 잘 뜨지 않는
이 섬으로 무작정 떠나왔습니다.

긴 외투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낡은 모자를 눌러쓴 채
빈 배낭 메고
아프리카로 사라져버린 젊은 시인, 랭보처럼

나도 나의 아프리카를 찾아 떠났는데
내 지금 서 있는 곳은
동화 속 사람들같이 착한 얼굴을 한 아이리쉬 사람들과
목적지가 찍힌 기차표를 꼭 쥔 관광객들로 붐비는
Dublin*의 Tara Station.

큰 지도 위에 적혀있는 무수한 정거장 이름들.
A-Z까지 바다냄새 나는 정거장만을 고르다
막차까지 떠나보낸 난
Tara Station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역 근처 한가한 Pub에 앉아
Irish Coffee를 마시며
밤비에 젖은 우수의 도시,
Dublin을 바라보는데

해맑게 생긴 한 아이리쉬 소녀가 다가와
"사랑스런 이여! 난 배고픈 거리의 천사예요.
제게 맥도날드 햄버거와 커피를 사주시고
당신이 떠나온 별나라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네?"라고
Gaelic*이 아닌 유창한 영어로 귀엽게 조릅니다.



  
* Dublin: 아일랜드 공화국 수도.
* Gaelic: 아이리쉬 사람들의 말.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