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1

2009.09.02 17:48

고현혜(타냐) 조회 수:60

내 부엌에서
시어머니
저녁쌀 씻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내 쌀통에서
쌀을
꺼내 본지가
언젠가

쌀을
씻고 싶다.

잘 씻은 쌀을
밥통에 안치고 싶다.

뜸이 잘들은
하얀 쌀밥
호호 불어
아직도
입벌리고
기다리는
내 아이들 입에
떠 넣어주고 싶다.

자르르
기름 흐르는 하얀쌀밥
한 그릇 떠주고 싶어
밥통 붙잡고 기다리던 남편
다시 부엌에서
그를
맞이하고 싶다.

아 어서어서
일어나
행복 만드는 내 부엌으로 달려가
쌀을 씻고 싶다.

사랑으로 뜸 들은 밥
그대에게도
한 그릇
퍼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