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항아리/황진성시집<폼페이 여자>에서---조옥동
2010.06.03 06:26
「시의 눈」2010년 오늘의 시집읽기
빈 항아리
황진성 (시집「폼페이 여자」에서)
불을 끄니 바깥이 환해 보여
어둠의 꽃향기 더 짙게 느껴지듯
빛은 눈물도 앗아가지
어둘 때만 우는 빈 항아리
툭툭 쳐 보면 퉁퉁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앉지
전지를 하나씩 끄기 시작했어
한 개의 전지 꺼질 때마다
빈 항아리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겠지
밤새 항아리에 물이 가득차면
심연의 빛들은 다 사그라져
다시 바깥과 마주하네
여명 속 가녀린 햇살에 부스스 눈뜨는 나뭇잎
거미줄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네
작품을 읽다보면 시인의 관념 속에 수리형 유전자가 잠재하고 있어 시의 시작과 말미를 관통하는 예상이 차례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작품이 있고 수리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시가 있다. 물론 둘 다 독자의 인식을 흡입하려는 목적이 잠재하고 있다. 자신의 날카로운 이성으로 포획된 작품을 같이 살펴보고 만져보고 냄새 맞고 함께 감성으로 맛보기를 원한다. 황진성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나는 대부분 그의 작품 속에서 고도의 계산이 그의 작품성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다. 이‘빈 항아리’라는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개의 전지 꺼질 때마다 빈항아리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겠지’ 했다. 그는 전지를 하나씩 끄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끌 수없는 것이 황진성 시인의 마음이다. 철저한 나르시시즘이 아니면 빈 항아리는 일시에도 채워질 수 있다. 눈 시린 빛의 알맹이를 시인이 하나씩 끄고 있을 때 독자는 그대로 그를 따라 하나씩 끌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독자는 한꺼번에 그 빈항아리의 충만함을 느낄 수도 없다. 누구에게도 혼자서 채우고 비워내야 하는 빈 항아리 하나씩 지니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빛 속에서 이 빈 항아리를 채우기를 원하나 시인에겐 빛은 그의 눈물마저 빼앗기에 은밀한 사색의 깊은 터널인 어둠에서 홀로 채우고 싶어 한다. 눈물로 밖에 채울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는 어둠이 오면 낯의 호사스럽던 의식의 빛을 차례로 딜리트 시키며 하나하나의 빛으로 입은 상처와 자신의 모멸을 눈물로 채운다. 시인의 자기성찰은 빛과 어둠의 사이클이 반복되듯 나뭇잎이 눈뜨는 여명의 아침에 눈물로 승화된 어둠의 항아리를 밀치고 다시 영롱한 이슬방울의 작은 빛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온다. 어둠이 시작할 때 다시 채워야 할 빈 항아리를 위하여 (글 조옥동 시인)
빈 항아리
황진성 (시집「폼페이 여자」에서)
불을 끄니 바깥이 환해 보여
어둠의 꽃향기 더 짙게 느껴지듯
빛은 눈물도 앗아가지
어둘 때만 우는 빈 항아리
툭툭 쳐 보면 퉁퉁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앉지
전지를 하나씩 끄기 시작했어
한 개의 전지 꺼질 때마다
빈 항아리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겠지
밤새 항아리에 물이 가득차면
심연의 빛들은 다 사그라져
다시 바깥과 마주하네
여명 속 가녀린 햇살에 부스스 눈뜨는 나뭇잎
거미줄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네
작품을 읽다보면 시인의 관념 속에 수리형 유전자가 잠재하고 있어 시의 시작과 말미를 관통하는 예상이 차례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작품이 있고 수리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시가 있다. 물론 둘 다 독자의 인식을 흡입하려는 목적이 잠재하고 있다. 자신의 날카로운 이성으로 포획된 작품을 같이 살펴보고 만져보고 냄새 맞고 함께 감성으로 맛보기를 원한다. 황진성 시인의 작품을 읽으며 나는 대부분 그의 작품 속에서 고도의 계산이 그의 작품성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다. 이‘빈 항아리’라는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개의 전지 꺼질 때마다 빈항아리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겠지’ 했다. 그는 전지를 하나씩 끄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끌 수없는 것이 황진성 시인의 마음이다. 철저한 나르시시즘이 아니면 빈 항아리는 일시에도 채워질 수 있다. 눈 시린 빛의 알맹이를 시인이 하나씩 끄고 있을 때 독자는 그대로 그를 따라 하나씩 끌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독자는 한꺼번에 그 빈항아리의 충만함을 느낄 수도 없다. 누구에게도 혼자서 채우고 비워내야 하는 빈 항아리 하나씩 지니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빛 속에서 이 빈 항아리를 채우기를 원하나 시인에겐 빛은 그의 눈물마저 빼앗기에 은밀한 사색의 깊은 터널인 어둠에서 홀로 채우고 싶어 한다. 눈물로 밖에 채울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는 어둠이 오면 낯의 호사스럽던 의식의 빛을 차례로 딜리트 시키며 하나하나의 빛으로 입은 상처와 자신의 모멸을 눈물로 채운다. 시인의 자기성찰은 빛과 어둠의 사이클이 반복되듯 나뭇잎이 눈뜨는 여명의 아침에 눈물로 승화된 어둠의 항아리를 밀치고 다시 영롱한 이슬방울의 작은 빛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온다. 어둠이 시작할 때 다시 채워야 할 빈 항아리를 위하여 (글 조옥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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