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2009.10.28 23:23

정용진 조회 수:68

                정용진

새벽잠을 털어내고 있는
Meadow Lake Golf Club 에서
이슬에 촉촉히 젖어 있는
잔디밭에 사령 장관인양
지휘봉을 들고 호기로이서서
도열한 수만 병사들의 사열을 받는다.

번뇌도 날려 버려라
탐욕도 털어 버려라
분노도 던져 버려라

티샷으로 온 맘과 힘을 다해
내려치는 골프공은
새벽안개를 뚫고
창공에 무지개를 그리며
낮달로 떠오른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코를 땅에 박고
마음을 비우고
비로 쓸어내듯 공을 친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심정이다.

어쩌다
200야드 가깝게 제대로 치면
굿 샷! 굿 샷!
동료들의 찬사가
빗발치듯 귀를 때린다.

오늘도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푸른 초원에서
오잘공을 날리며
아내와 친구들로부터
고희(古稀) 축하 인사를 받는다.

옆집에서는
누가 틀었는지
텍사스의 푸른 들이
넓은 그린위로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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