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꿈이 익어가는 그곳

2016.07.15 06:36

정은숙 조회 수:135

청년의 꿈이 익어가는 그곳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정은숙



고된 하루의 일과를 마친 끄트머리에서 터벅터벅 걸으며 느끼는 절망감과 막막함, 어쩌면 그것은 이 땅의 수많은 청년이 짊어지고 가야 할 현실의 무게다.

어느 날, 우연히 교회의 한 청년과 차 한 잔을 나누며 들었던 이야기가 며칠 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4대 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 수령액이 155만 원이란다. 그중에서 원룸 방값 40만 원을 빼고 전기세 및 공과금, 교통비를 지출해야 하니, 라면으로 한 끼니를 때우고 쥐어짜도 고정 지출이 50만 원은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대망의 꿈을 안고, 취직만 하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학자금 대출 상환금 45만 원을 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기껏해야 30만 원도 채 남지 않는단다. 그러니 웬만한 직장이 있다 해도 무슨 수로 결혼할 엄부를 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연일 뉴스에서 듣는 청년실업률이 현재 10.3%이고 작년보다 0.1%가 증가하여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말하자면, 청년실업률은 국가 재난 사태나 다름없다. 흔히들 20, 30대를 3포 세대라고 하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꿈을 꾸기보다는 꿈을 이룰 수 없는 절망감 앞에서 오늘의 청년들에게 희망으로 일어설 용기를 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산업구조와 경제구조가 정치가들의 임기응변식 처방도 아니며, 순간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함도 아닌, 청년실업률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그들의 꿈이 곧 현실이 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며칠 전 토요일,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팥빙수나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남편과 함께 교동으로 갔다가 우연히 남문시장까지 갔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7월 땡볕보다 더운 훈김이 얼굴로 확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에서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앞치마를 입은 젊은이들이 음식을 만드느라 치솟는 불길 때문이었다.

이 밤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모인 것일까. 시장 안에 있는 상가들은 이미 문을 닫아 가게 앞에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보였고, 포장마차 앞에서 청년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들어 내 놓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포장마차 앞에 써 붙인 상호도 처음 듣는 생소한 신종어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성 비당, 판다 연어, 불타는 낙지 호롱, 감자 버겅 두 번 버겅, 붓을 든 혜나, 망고러브, 마녀식당 등, 저마다 최선을 다해 만든 독창적인 음식과 손수 그리고 만든 다양한 물건들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느라 열심이었다.

잠깐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망고 주스 한 잔을 시켰더니, 전구모양의 병에 빨대를 꽂아서 한 쪽을 꾹 누르자 순간 빨대에 파란 전등불이 들어왔다. 작은 것인데도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싶었다.

계속 사람들의 틈새에 끼어 걷다 보니 “청년 몰 가는 길”이라고 쓴 푯말이 발걸음을 끌었다. 호기심에 푯말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입구에는 “웰컴 투 청년 몰”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꿈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인 청년 창업공간이란다. 청년 몰의 상인들은 이해와 배려를 통하여 서로의 상권을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곳이란다. 비틀비틀 써 붙인 안내 간판을 읽다보니 애잔한 생각이 스쳤다. 또래의 자식을 가진 같은 부모 마음일까.

구부러진 골목을 따라 쭉 걷다보니 여기저기 꿈을 나르는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다. 척박한 세상 속에서 절망을 거두고 희망을 일구려 온 힘을 다하는 청년들의 꿈이 7월 한밤중의 열기로 익어가는 듯했다.

어쩌면, 이 청년 몰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또 하나의 약속의 장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이 그들을 한없이 힘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마저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화려한 꽃에 가려져도 결코, 주눅 들지 않는 신록의 푸른 이파리처럼 말이다.

굳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일에 묵묵히 도전하며 새로운 가치를 찾아 가는 이 땅의 청년들이 환히 웃을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오늘도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몸과 마음이 무거운 그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는 살만한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이 땅의 청년에게 위로와 용기를 보낸다.

(201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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