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 볼래

2009.10.15 02:37

정용진 조회 수:62

들어가 볼래
                       정용진
두 돌 반 된 손녀 우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가 전화를 했더니

들어가 볼래, 들어가 볼래 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전화기 속에 들어가서
할머니 얼굴을 보겠단다.

한, 영, 스패니쉬를
곧잘 구사하는 손녀는
과자 하나를 주면 더 먹고 싶어서
항상 떼를 쓴다.

제 어머니가 많이 먹으면
이가 썩어 안 된다고 타이르니
슬며시 제 방으로 들어가
강아지 인형을 안고나와

‘에밀리.가
과자를 먹고 싶어 하니 내어놓으란다.
하는 수 없이 하나 더 주면
강아지 입에 대고 먹이는 척 하다가
제 입속에 넣고 의기양양하다.

전화기 속에 들어가
할머니 얼굴을 보겠다는 손녀
과연 핏줄은
전화선보다 길고, 질기다.
오늘도 귀여운 우영이음성이
귓가에 쟁쟁하다.

어려서 제 동생 지민이가
너무 쫑알거려 책 읽는 것을 방해하면
큰아들 지신이가
이놈 말을 뽑아버릴 까보다.
하던 기억이 새롭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가 커서
의젓한 어른이 되는 것은
위대한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