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카피탄 바닷가에서
2016.07.20 11:51
엘 카피탄 바닷가에서 잠시 해변의 여인이 된다.
"파도는 어디서 오나... 어디로 사라져 가나....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져 가고... "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옛날 흥얼거렸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사라져간다'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 조금은 날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던 노래.
노래 제목도 가사도 파도에 쓸려가 멜로디만 간간이 떠오른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모래밭에 쓴 이름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낭만에 초 치는 소리.'
" 에이! 오늘 아침에는 도미가 한 마리도 안 걸리네!"
매운탕 끓일 준비나 하라며 큰 소리 뻥뻥 치던 남자들의 푸념이다.
맞아, 바닷가에 와서도 아침부터 매운탕에 술 한 잔만 찾는 남자들이 여인네의 감성을 알면 얼마나 알랴.
현실과 비현실 사이,
낭만적 감성은 다시 흰거품이 되어 파도에 쓸려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에서는 절로 노래가 나온다.
"우, 우우, 우우, 우, 우우, 우우우... 못 다한 꿈을 다시 채우려... 다시 올 파도와 같이 될거나..."
대학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를 흥얼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성당 교우들과 함께 온 엘 카피탄 캠프장에서)
* 2년 전 스토리인데, 엘 카피탄 바닷가의 아름다운 사진이 다 사라져 남아 있는 개인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도미 잡아 온다고 남자분들 큰소리 뻥뻥 치길래 앞치마 입고 매운탕 끓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건만....... 그것도 추억이겠죠?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낭만적 캠핑 장소입니다
. (카카오 스토리에 수록)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68 | 포토 시 - 물빛 사랑 | 서경 | 2017.08.10 | 39838 |
867 | 포토 시 - 달팽이 사랑 | 서경 | 2017.08.10 | 18700 |
866 | 산길/시조 [2] | 서경 | 2017.06.03 | 18132 |
865 | 타투 스티커 | 서경 | 2017.03.14 | 18093 |
864 | 수필 - 수의 옷감, 선물로 받다 | 서경 | 2017.06.20 | 17984 |
863 | 연시조 - 빅 베어 가는 길 + 영역 [2] | 서경 | 2018.07.07 | 17823 |
862 | 포토 에세이 - 산길 | 서경 | 2017.08.27 | 17105 |
861 | 수필 - 오늘은 내 생일 [2] | 서경 | 2018.02.04 | 16993 |
860 | 포토 에세이 - 실루엣 | 서경 | 2018.04.17 | 16380 |
859 | 수필 - 왕자 친구님 | 서경 | 2018.04.10 | 15987 |
858 | 시가 있는 수필 - 시간은 /세익스피어 | 서경 | 2018.04.17 | 15089 |
857 | 포토 에세이 - 같이 자던 새 | 서경 | 2017.08.27 | 10363 |
856 | 수필 - 2018년 미주 문학 캠프 후기 1 [2] | 서경 | 2018.08.13 | 10285 |
855 | 수필 - 두 마리 새 | 서경 | 2017.08.10 | 9942 |
854 | 수필 - K-Pop 부르는 외국 학생들 | 서경 | 2017.07.26 | 9853 |
853 | 포토 에세이 - 기도하는 팜트리 | 서경 | 2017.08.07 | 9733 |
852 | 수필 - $ 1짜리 고양이 | 서경 | 2017.08.07 | 9718 |
851 | 너의 이름은... | 서경 | 2017.05.17 | 9603 |
850 | 포토 에세이 - 돌산에 핀 잡풀들 [2] | 서경 | 2017.07.24 | 9364 |
849 | 포토 에세이 - 구월의 자카란타 | 서경 | 2017.10.11 | 93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