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비

2009.11.03 00:56

김영교 조회 수:43

작품 1: 귀가 길이 었지요. 그 날은 일요일, 가을비가 고속도로를 젖게한 것 빼고는 이른 오후 교통은 복잡하지도 않았습니다. 주일 예배 후 댁으로 돌아가시던 고등학교 선배님 내외분의 3중 교통사고! 중앙분리대를 박고 사모님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선배님은 UC병원에 도착한 후 사망한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같은 날, 같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선배님 내외분, 그토록 급작스럽게 놀라운 비보를 안겨주고 총총 그 먼길을 왜 그리 서둘르셨습니까? ‘청천하늘의 날벼락’ 이런 때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요? 때론 우리 인간들도 알 수도 없는 미래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있었으면 하고 오늘처럼 바란 적이 없습니다. 예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60번 Fwy 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 아닙니까? 오랜 동창모임에 모처럼 참석한 지난 주말, 앞으로는 자주 얼굴보자 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에는 정말 놀라운 일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자고나서 신었던 신발을 또 신을 수 있을까 , 손, 발, 몸을 움직여 걸음을 걸을 수 있다는 것, 눈을 깜박이며 듣고 말하고 볼 수 있다는 것, 숨을 쉴 수 있고 불편함 없이 음식을 먹고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 할 수 있고 또 안면 근육 펴서 재미있다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은 모두가 놀라운 기적들입니다. 주위에 있는 장애우나 환자들을 본다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지 않습니까? 우리의 매일매일은 바로 기적 투성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쌍 관을 놓고 장례 치룬 것, 처음입니다. 들어 본적도 없습니다. 미혼인 딸의 통곡이 하늘을 찌르는듯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날은 10월 24일 2009 엄마의 70회 생일이었습니다. 그토록 싱싱하던 육신이 화장을 통해 한줌 흙으로 변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귀의였습니다. 인간은 육체의 탐욕을 위해 쌓아 놓은 것, 모든 것 내려놓고 떨어져 가는 한 잎 한잎의 사람낙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무는 봄이오면 싹이 트지만 사람나무는 새싹을 틔울 수가 없습니다. 지음을 받을 때 함께 유한한 한계성을 입력받았고 이 과정을 통하여 겸손을 배우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는 영혼의 영생을 믿기에 이세상 삶을 나그네 삶이라 하고 죽는것을 돌아간다 하지 않습니까? 선배님 내외분의 천국입성을 목격하며 가슴은 아직도 놀란상태입니다. 악수하며 체온을 느낀다던가, 말할때 침이 튀는 우리가 의식하는 성정으로는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이 우리에게 남기때문입니다. 창조주를 묵상,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기도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 안에서 최선을 다해 나누고 서로 사랑하며 베풀며 남은 몫의 시간을 허비말며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교훈을 남겨주신 선배님 내외분, 나란히 '이 세상 소풍 끝내고’의 천상병 시인 말처럼 아품도 이별도 없는 천국에서 안식하소서! 창밖에는 빗줄기가 바람을 빙자해 세차게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겨울을 제촉하는 비, 이 가을 빗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리는 미혼 딸의 오열이 모든 사람의 단잠을 다 앗아간다해도 용납이 될정도로 쓰담아 주고 싶은 밤입니다. 인생의 가을 들녘에서 더 심한 어려움의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잘 버티어 낼 유가족과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작품 2 창작교실에서 <가을 비>란 주제가 주어졌다. 남가주는 가뭄으로 인한 절수가 잇슈가 되고 있을 즈음이었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낙엽이 지고 있는 참에 10월 12일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바람까지 합세하여 방향이 바뀌며 난타하기 시작했다. 화초들을 내놓고 빗물을 받으려 커다란 통을 여러개 내놓았다. 그 다음날 웍샵이 있는 화요일에도 비는 여전히 왔다. 반가웠지만 가라앉는 기분은 노란 반 코트를 입고 외출하게 했다. 세상이 온통 젖어 비 색깔이다. 젖은 잿빛은 노란 색깔의 내 겉옷과 조화를 이루어 주었다. 비가 아니라도 건강상 시달림으로 안이 온통 우울톤이다. 내 바깥만이라도 밝은 색으로 꾸미고 싶었다. 어디서 읽은 글이 생각났다. 최근에 색채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두 가지 중요한 학설은 밝은 색과 어두운 색에 관한 내용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색채에 대해서 무의식적으로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밝은 색인 노랑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이미 성공한 사람은 대개 검은 색을 선호한다는 연구결과였다. 이것은 성공 뒤에는 중후한 안정감과 보이지 않는 불안이 은연중 내재되어 있어 자신도 모르게 검은 색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검은색이란 바로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싶다. 장례식에서 주로 검은 색상의 옷을 입는것만 봐도 그렇다. 비오는 날이면 노랑꽃을 산다던가 노랑 반코트을 입는 나는 건강이란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진행형인가 보다. 오늘 같이 비오는 날도 날아오르는 노란 색 내 감성의 날개를 고마워 하지 않을 수 없다. 문득 <비오는 날 노란색 꽃을 보면>이란 졸 시가 떠오른다. 비 오는 날 노란색 꽃을 보면 어디선가 터뜨리는 파안대소 신의 표정을 예감하는 곁에 있어 베어들어 어느듯 내 몸을 짜면 노랑물이 쭉 묻어나오는 비 소리도 노랗다 물빛 고와 곱고 고와 나무들도 사람들도 숨결 풀어놓으니 번져 흘러 뒤돌아 보지 않고 흐르는 물이여 높은 곳을 버리고 낮은 곳으로 눕는 하늘의 긴 몸짓 오늘 세상 크기로 다가와 버려진 땅뙈기 갈한 부위까지도 숨막히도록 눈부시게 껴안는 아! 겹겹 노오란 힘이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39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56
7438 토비의 늪(견공 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1 58
7437 굿 이월란 2009.11.11 47
7436 우연일까 강민경 2009.11.11 67
7435 다시 희망앞에서 장정자 2009.11.11 68
7434 제 3시집 <떠나도 지키리> 평론.유한근 서용덕 2009.11.15 58
7433 보톡스 보다 이영숙 2009.11.05 62
7432 양재대로를 지나며 박정순 2009.11.04 54
7431 완도 정도리 깻돌밭 정국희 2009.11.05 43
7430 카네기 커뮤니케이션 박정순 2009.11.05 34
7429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9
7428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47
» 10월의 비 김영교 2009.11.03 43
7426 대추에게 말걸기 성영라 2009.11.03 54
7425 내 마음 내 안에 있는것일까 박영숙 2009.11.03 30
7424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11.04 82
7423 그 여자 박정순 2009.11.13 33
7422 가벼워지기 위해서 박정순 2009.11.03 53
7421 나는 나무다 정용진 2009.11.03 59
7420 하늘 우물 신영 2009.10.2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