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사막

2009.11.03 14:03

이월란 조회 수:47




백지사막



이월란(09/11/01)



모래밭 위에 뜨는 하늘도 바다색이었다 낮에도 별이 뜨는 하늘로 열린 땅이란다 발기된 선인장 가시들이 가슴을 찌르는 누런 모랫길로 사바의 어둠이 신기루처럼 떠다녔다 단봉낙타의 등에 붙은 가슴을 갈라 목을 적실 때마다 차도르를 쓴 예쁜 화냥년의 젖은 사타구니를 만져보아야 했다 가슴 밑에 숨겨둔 꽃값 마저 헤아려 스러질 행간 한 뼘에 유곽 하나 짓고 잠들어야 했다 카라반의 황사 바람을 기다리는 나는 사막에 사는 눈 먼 포주였다 광활한 쓸쓸함의 지분을 사들이며 정착과 박해로 젖고 마르는 땅이었다 무색의 토착민을 침공한 검은 활자들의 난해한 길 위에서 기우제를 지내듯 가슴 깊이 엎드려 우는 사막이었다 잔모래를 한움큼씩 삼키고서야 호흡이 트이는 죽음의 바다에서 타클라마칸의 파도처럼 달려오는 땅이었다 내 것이 아닌 내가 나를 빌어 살고 있는 땅이었다 되돌아 나올 수 없는 하얀 땅, 백지는 사막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39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56
7438 토비의 늪(견공 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1 58
7437 굿 이월란 2009.11.11 47
7436 우연일까 강민경 2009.11.11 67
7435 다시 희망앞에서 장정자 2009.11.11 68
7434 제 3시집 <떠나도 지키리> 평론.유한근 서용덕 2009.11.15 58
7433 보톡스 보다 이영숙 2009.11.05 62
7432 양재대로를 지나며 박정순 2009.11.04 54
7431 완도 정도리 깻돌밭 정국희 2009.11.05 43
7430 카네기 커뮤니케이션 박정순 2009.11.05 34
7429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9
»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47
7427 10월의 비 김영교 2009.11.03 43
7426 대추에게 말걸기 성영라 2009.11.03 54
7425 내 마음 내 안에 있는것일까 박영숙 2009.11.03 30
7424 몽유병 쏘나타 오영근 2009.11.04 82
7423 그 여자 박정순 2009.11.13 33
7422 가벼워지기 위해서 박정순 2009.11.03 53
7421 나는 나무다 정용진 2009.11.03 59
7420 하늘 우물 신영 2009.10.29 25